中관영매체, 차이잉원 집권 뒤 9번째 대만과 단교 강조
중국, 대만 총통 방미 앞두고 온두라스와 수교로 존재감 과시
중국이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 등 미국과 대만의 밀착에 맞서 26일 미국의 뒷마당 격인 중미에서 수교국을 늘리며 존재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온두라스는 지리적으로 미국과 가까운 동시에 80년 이상 대만과 수교 관계를 이어왔다.

이런 지리적·역사적 배경을 뒤로 하고 온두라스가 대만과 단절하고 중국의 손을 잡은 것은 경제적 이유가 크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AP 통신은 최근 미국평화연구소(USIP) 자료를 인용해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이 라틴아메리카에 투자한 규모가 1천300억 달러(약 170조 원)가 넘는다고 보도했다.

또 중국과 이 지역 간 무역도 급증해 2035년에는 연간 7천억 달러(920조 원)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두라스가 중남미 최빈국 중 하나라는 점도 중국의 '금전 외교'가 통했을 것이라는 추측에 무게를 싣는다.

실제로 온두라스 댐 건설에 중국이 차관을 제공하기로 하자 시오마라 카스트로 온두라스 대통령은 지난 14일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공식적인 관계를 위해 중국과 대화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대만 외교부 우자오셰 부장(장관)은 이 발표 전날인 13일 온두라스 에두아르도 엔리케 레이나 외무장관이 대만에 병원과 댐 건설, 부채 상환 등을 위해 총 24억5천만 달러(약 3조1천800억원)의 원조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공개했다.

우자오셰 부장은 이날 단교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도 "온두라스가 대규모 자금을 요구했다.

그들이 원한 것은 돈"이라고 강조했다.

우 부장은 "지난해 취임한 카스트로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언제나 중국에 대해 환상을 갖고 있으며 중국의 유혹은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과 온두라스의 수교가 중남미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퇴조하고 있음을 나타낸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대만과의 수교국은 미국을 염두에 두고 외교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의 힘이 쇠퇴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과 수교를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함에 따라 중국, 대만과 동시에 외교 관계가 유지되는 국가는 없다.

온두라스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대만은 분리할 수 없는 중국 영토의 일부"라며 "온두라스 정부는 대만과 더 이상 공식적인 관계나 접촉이 없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중국과 온두라스의 수교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상됐다.

카스트로 대통령은 대선 선거 운동 당시 중국과의 수교 가능성을 밝혀 주목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차이 총통 집권 이후 대만과의 단교국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이 계속 집권한다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2016년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등 8개국에 이어 이날 온두라스까지 모두 9개 국가가 대만과 단교했다.

이에 따라 대만 수교국은 교황청(바티칸)과 벨리즈, 에스와티니, 과테말라, 아이티, 나우루, 파라과이,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3개국으로 줄었다.

수교국 대다수는 규모가 작은 국가들이다.

차이 총통은 오는 29일부터 9박10일 일정으로 중미 수교국 과테말라와 벨리즈를 방문하면서 오는 30일 미국 뉴욕과 내달 5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해 미국 일정을 소화한다.

이때 레이건 도서관에서 연설이 잡혀있는 데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 회동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차이 총통의 방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중국, 대만 총통 방미 앞두고 온두라스와 수교로 존재감 과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