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한강 개발사업 전담 기구 만든다"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한강의 활용도를 높이는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담당할 전담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새로운 시장이 선출되더라도 관련 사업이 좌초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서울시 공무원의 재택근무 시범 도입도 추진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유럽 출장 중이던 지난 22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5년 전 한강 르네상스를 시작했지만 시장이 바뀌면서 한강변 개발이 멈춰 있었다”며 “시장이 바뀌더라도 한강이 시민에게 사랑받는 활용도 높은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지속가능한 기구를 만드는 걸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달 9일 여의도공원에 제2세종문화회관을 짓고, 한강 횡단 곤돌라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청사진을 내놨다. 이 프로젝트는 오 시장이 2007년 발표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후속이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한강공원 정비 등의 성과를 냈지만 대표 사업 시설인 세빛섬(옛 세빛둥둥섬)은 2011년 오 시장의 중도 사퇴 후 후임 시장(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며 3년간 운영이 중단됐고, 서울항 조성 사업은 결국 무산됐다.

한강 사업 전담기구는 독일의 하펜시티주식회사를 본뜬 서울형 기관을 구상 중이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하펜시티를 개발하면서 직접 개발 방식이 아니라 하펜시티주식회사를 설립해 개발을 진행했다. 20~30년 장기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1997년 시작된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함부르크 엘베강과 인접한 항구 인근의 노후 창고와 공장을 사무실·호텔·상점·주거지로 되살리는 155만㎡ 규모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다. 2017년 개관 후 함부르크의 명소가 된 공연장 엘프필하모니가 대표 성과물이다.

오 시장이 생각하는 서울형 기관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에 한강사업본부를 만드는 것이다. 빠르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펜시티주식회사처럼 별도 법인을 세우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정도 준비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독립본부 혹은 별도 법인을 세우면 개별 사업 단위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보다 장점이 더 크다는 게 오 시장의 판단이다. 그는 “10개 프로젝트 중 5~6개는 흑자가 나고, 나머지는 적자가 날 가능성이 있는데 개별사업으로 진행하면 적자가 난 사업은 비판을 받고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법인 내에서 프로젝트를 모두 담당한다면 이익이 남는 사업에서 얻은 흑자를 적자 나는 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며 “특혜시비도 없어지고 그 시설을 이용하는 편익은 물론 이익까지 모두 시민들에게 환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재택근무 도입도 논의해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3일 영국 런던시장과의 면담 이후 검토 입장에서 한 발짝 나아갔다. 런던시는 코로나 이후 5일 근무 중 3일 정도만 사무실에서 근무하고 2일은 집에서 근무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를 지속하고 있다. 런던시 직원 중 사무실 근무 인원은 전체의 80% 정도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업무 효율성이 저해되지 않는 영역에서 시범 도입을 논의해 볼 것”이라며 “재택근무가 늘어나면 지하철 인파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