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같은 단기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노동조합에 관심이 없는 근로자가 많아졌습니다. 직장에서 장기 근속하며 의견을 내는 ‘보이스(voice)’ 전략보다 마음에 안 드는 직장은 떠나버리는 ‘엑시트(exit)’ 전략을 쓰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거죠. 문제는 이런 현상이 한국 사회의 노조 조직률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겁니다.”

김동원 고려대 신임 총장은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노동·고용관계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노사관계 전문가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지원하는 국제고용노동관계학회장을 지냈다.

김 총장은 노조 조직률이 낮아지는 것을 반기는 사회적 기류에 “반드시 좋아할 일이 아니다”며 경계했다. 노조가 갈등을 격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여러 갈등을 한데 모아서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노조가 약해지면 개별 노동자의 거리 시위나 파업 등 사회 소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민당이 장기 집권한 스웨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노조 조직률이 원활한 입법 활동으로 연결되고 결국 길바닥 파업이 필요 없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기성 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우려할 만한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김 총장은 “노동운동이 민주화 투쟁과 결부됐던 1980년대엔 노조에 대한 사회적 지지가 높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사회적 질타를 받고 있다”고 했다. 핵심 원인은 고연봉에 정년도 보장되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와 열악한 비정규직 중소기업 노조의 양극화다. 그는 “부유한 기성 노조의 처우와 열악한 비정규직 노조의 ‘갭’을 메워 노동계를 빨리 통합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일명 ‘MZ노조’도 기성 노조의 양극화가 불러온 역할 공백을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력한 결속을 바탕으로 과격하게 노동운동에 투신하던 기성 노조와 달리 MZ노조는 느슨한 연대를 바탕으로 실용적인 불편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김 총장은 “MZ노조는 당장의 급여나 성과급 차이처럼 단기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문제가 해결되면 금방 해산할 가능성이 높아 노동운동에 몸을 바치던 기성 노조처럼 지속가능한 세력이 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