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테무의 홈페이지.
3월 미국 앱스토어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 테무의 홈페이지.
짧은 동영상으로 전세계를 휩쓴 틱톡에 이어서 초저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 테무까지 중국 기술기업들이 미국 앱스토어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기업이 자수를 놓듯 한땀 한땀 기능을 보완해 10억여명의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인정받은 완성도 높은 앱에 미국 젊은 소비자들이 열광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분석 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이달 첫 3주동안 미국 앱스토어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은 테무인 것으로 집계됐다. 틱톡의 계열사인 동영상 편집 앱 캡컷이 그 뒤를 이었으며 3위가 틱톡, 4위가 중국 패스트 패션 소매업체 셰인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에야 미국의 페이스북이 나올 정도로 상위권을 중국 앱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현상은 중국 인터넷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제품의 완성도를 높여왔기 때문이라는 게 WSJ의 분석이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는 한가지 제품이나 기능을 개발하기 위해 여러개의 팀을 동시에 경쟁시킨다. 위궈 전 바이트댄스 수석엔지니어는 "최상의 결과를 내놓는 팀의 버전만 채택되고 나머지는 폐기된다"며 "'경마' 전략이라고 불리는 강도 높은 경쟁 구조가 구축돼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앱스토어 점령한 중국 앱.          자료 :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앱스토어 점령한 중국 앱. 자료 : 월스트리트저널
소비자의 선호도가 바뀌면 표준화된 프로토콜을 활용해 며칠 만에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변화에 빠르게 대처한다. 또 중국 기업들은 미국에 앱을 출시하기 전 10억 인터넷 사용자들을 통해 선호도를 테스트하고, 인공지능(AI) 모델을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년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 처음 소개된 테무는 4분기에 1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중국 제조업체를 저렴한 제품을 원하는 미국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중간 단계를 제거했다. 그 덕분에 유선 이어폰이나 개 목줄을 2달러 미만의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미·중 갈등으로 인해 틱톡의 미국 내 사용금지가 추진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중국과 거리두기 작업도 한창이다. 2021년 셰인은 모회사의 등록지를 홍콩에서 싱가포르로 변경했다. 테무는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델라웨어주 기반의 회사를 통해 미국 사업을 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