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은행 위기로 경기침체에 더 가까워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이 촉발한 글로벌 은행 위기가 미국, 유럽 등 주요 경제대국의 경기침체 위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동성 압박을 받는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면 기업 돈줄이 막히고 경제성장률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닐 카슈카리 미국 미니애폴리스연방은행 총재(사진)는 26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은행 위기로 인해 미국이 경기침체에 확실히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위기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 경색으로 이어질지 불분명하지만 이는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이를 매우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는 새해 시작과 함께 가라앉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달 초 미국 SVB에서 시작된 은행 위기가 스위스(크레디트스위스), 독일(도이체방크) 등으로 옮겨붙으면서 경기 비관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카슈카리 총재는 “예금 인출 속도가 둔화하고 소규모 지역은행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지난 2주 동안 은행과 차입자들이 불안에 떨면서 자본시장이 폐쇄됐다. 이것이 이어진다면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카슈카리 총재는 오는 5월 기준금리 인상폭을 예측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미 중앙은행(Fed)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영해 금리 동결 또는 인하로 전환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를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하지만 대표적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인 카슈카리 총재가 경기침체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Fed 내 금리 인상 기조가 누그러졌다는 의미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 국채 시장에선 Fed가 연내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24일 2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장중 한때 30년 만기 국채 금리를 밑돈 게 대표적인 증거다. 경기침체의 전조로 읽히는 장단기 국채 금리 역전 현상이 정상화됐지만, 단기물 금리가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오히려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신호라는 해석이다.

유럽에서도 경기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루이스 데긴도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이날 “은행부문이 매우 불확실한 시기를 겪고 있다”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추가적인 신용 기준 강화가 낮은 경제 성장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