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방에 있는 3개 과학기술원에 학·석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는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한다. 비(非)수도권에서 반도체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국가 차원의 인력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동행 경영’ 철학이 반도체산업 전반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 반도체 인재 전국서 양성…광주·대구·울산에도 계약학과
삼성전자는 27일 “광주·대구·울산 과학기술원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협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각 과기원에서 진행된 협약식엔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삼성전자 DS(다비이스솔루션)부문 사장급 임원들이 참석했다.

과기원에 설치되는 계약학과는 학사·석사 교육을 통합해 5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삼성전자와 과기원 세 곳은 올 하반기 신입생을 선발하고 내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계약학과를 운영할 계획이다. 선발 인원은 울산이 40명, 대구와 광주는 각각 30명이다.

교육과정은 ‘반도체 공정 제어 기술’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칩 미세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정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KAIST, 포스텍, 연세대, 성균관대에서 반도체 설계 및 소프트웨어(SW) 교육 중심의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계약학과 신설과 기존 학과 정원 증원으로 2029년부터 배출되는 전문 인력은 기존 260명에서 450명으로 늘어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인턴으로 실습할 기회를 제공한다. 졸업 때까지 등록금 전액과 소정의 장학금을 지원한다. 졸업 후에는 삼성전자 DS부문 취업이 보장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계약학과를 통해 설계, SW, 공정 등 반도체 핵심 분야 인재를 골고루 양성하는 체계가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만, 미국, 중국 등 주요 경쟁국은 반도체 전문 인력 양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반도체 관련 대학·학과 신설에 적극 나섰고, 대만은 산학협력 관련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분야 유학생의 현지 취업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반도체업계에선 지방 과기원 계약학과 신설로 전국적인 반도체 인재 육성 인프라가 갖춰지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수 인재들의 ‘수도권 쏠림’이 완화되는 동시에 수도권 이외 지역의 반도체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체계가 확산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재용 회장도 지난 15일 60조원 규모 지방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비수도권 반도체 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이 회장은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더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황정수/김진원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