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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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경기침체가 예상되면서 구글, 메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일찌감치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섰다.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덜고 경영을 쇄신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은 이러한 인건비 부담을 제때 덜지 못해 경쟁력을 잃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구조조정 집계 사이트 레이오프스(layoffs)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을 발표한 글로벌 기업들의 감원 규모를 집계한 결과 약 27만명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잃을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감원 규모가 큰 기업은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1만명을 해고하기로 한 뒤 올해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면서 총 2만7000여명을 줄이기로 했다. 주요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메타는 2만1000명, 구글은 1만2000명, 마이크로소프트는 1만명을 각각 감원키로 했다.

아마존,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직원 채용을 크게 늘렸다. 아마존의 경우 직원 수가 2019년 79만8000여에서 2021년 말 기준 160만명으로 급증했고, 구글도 2019년 12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말 18만7000여명까지 직원 수가 늘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데다, 금리도 가파르게 올라가면서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전통적인 기업들도 매출 둔화가 예상되면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네덜란드 기업인 필립스는 의료기기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2025년까지 1만여명을 해고할 계획이다. 통신장비업체인 에릭슨도 5세대(5G) 통신망 설비 매출 부진으로 8500여명을 감원키로 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세일즈포스 역시 전체의 10%에 달하는 8000여명을 해고키로 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기업들의 구조조정 효과가 올해 내로 실적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감원 발표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재가 될 순 있지만, 지속적인 비용 축소로 수익성이 개선되면 주가도 향후 상승세를 그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메타의 경우 감원으로 올해 영업이익률이 전년대비 2.4%포인트 오른 27.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아마존은 단기적인 수요 회복이 더딜 것으로 예상되나 올 2분기부터 비용 개선이 본격화되면 영업이익률도 전년대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제때 덜어내지 못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분석에 따르면 상장사 1인당 직원 임금은 2019년 평균 7078만원에서 2021년 8016만원으로 13.2% 늘었다. 같은 기간 한계기업으로 분류된 중견·대기업은 2019년 389개에서 2021년 449개로 15.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IT 기업들도 인건비 줄이기에 나섰지만 노조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카카오는 이달 초 회식비를 인당 5만원 이하로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전달했으나 노조가 이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