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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


[마켓PRO]"금리인상 사이클 끝나가지만 연내 피벗 없어…주식보다 채권 매력적"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 2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상했다. 작년부터 이어진 미 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미국 은행권 리스크가 확산됐음에도 이번 금리 인상 폭은 지난 2월 FOMC 결과와 같다.

미 Fed는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을 감안해 25bp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미국 은행권의 탄력적인 대응력, 금리 동결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전해줄 가능성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FOMC에서 함께 공개된 점도표에서는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작된 작년 3월 이후 처음으로 점도표의 최종 금리 수준(Terminal rate)을 상향 조정하지 않았다. 작년 점도표 공개 시기(3월, 6월, 9월, 12월)마다 최종 금리 수준을 높였으나, 이번 FOMC에선 올해 말 5.1%를 유지한 것이다.

미 Fed의 추가 금리 인상은 올해 1회(25bp) 정도만을 남기고 있다. 시장에선 긴축 사이클의 종점에 다다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제롬 파월 미 Fed 의장도 "추가 금리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예상치 못한 효과에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 이번 FOMC 성명서에선 '지속적인 금리인상'이라는 문구가 삭제됐다. 이는 Fed가 올해 말 예상 최종금리로 제시한 5.125%(5.00~5.25%)라는 가이던스가 필수 인상이 아닌, 향후 불확실성을 대비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금융시장이 원하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선 미 Fed가 여전히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경제 방향이 불확실하지만, 올해 금리 인하를 예상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는 등 변함없이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을 차단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연합뉴스(AFP)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사진=연합뉴스(AFP)
점도표 기준 내년 금리 전망도 4.1%(작년 12월 점도표)에서 4.3%로 높아졌다. 이 같은 조정은 미 Fed가 내놓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2024년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상향 조정(작년 12월 2.5%→2.6%)됐기 때문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이 수요 측면의 인플레이션을 대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견조한 미국의 수요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은행권의 리스크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마무리된다는 가정이 밑에 깔려있다.

FOMC 이후 주식과 채권시장의 반응은 다소 엇갈렸다. 미 Fed가 점도표를 통해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향후 1회(25bp) 정도 남아있다는 점을 밝혔음에도 채권시장은 최근 높아지고 있는 은행권 리스크가 추가 인상의 장애물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나아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까지 반영하며 미국의 국채금리는 하락세(국채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반면 주식시장은 등락을 오가며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과거 심각한 경기침체는 항상 금융기관 파산이 동반됐다는 점에서 곧 도래할 경기 침체가 주가의 하방 리스크를 높이고 있다.

작년 미 Fed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이 주식과 채권 모두에게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으나, 기준금리 인하가 가정된 반대의 상황에선 주식과 채권이 다르게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에 대해 지급보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다"고 발언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번복했다. 금융시장의 불안 달래기에 애를 쓰고 있는 것. 은행 파산이 더 확산돼 추가 금리 인상이 힘들어진 상황 속 예금자 보호까지 제한적이라면 수요의 급격한 위축이 동반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3월 FOMC에서 확인된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미 Fed와 정책당국은 경제가 연착륙(Soft Landing)하는 상황을 기본 시나리오로 삼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는 은행권 리스크는 여전히 변수다. 은행권 리스크의 시작이 고금리 환경에서 비롯된 채권 부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 시장이 우려하고 있는 급격한 수요 위축이 동반된 침체 시나리오를 배제하긴 힘들다.

이번 FOMC 이후 채권보다는 주식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채권 역시 최근 시장금리 레벨이 빠르게 낮아졌다는 점에서 추격 매수가 부담되는 레벨이지만, 시장 금리 반등 시 국채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은 더 유효해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