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 공식 깬 '美 보스턴판 살인의 추억'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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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보스턴 교살자'
'마션' 만든 리들리 스콧 제작
1960년대 13명 연쇄살인 실화
형사 아닌 기자의 시선으로 추적
경찰의 은폐 시도 폭로하는 등
사회 시스템과 부조리 함께 다뤄
엄청난 반전 없지만 여운 남아
'마션' 만든 리들리 스콧 제작
1960년대 13명 연쇄살인 실화
형사 아닌 기자의 시선으로 추적
경찰의 은폐 시도 폭로하는 등
사회 시스템과 부조리 함께 다뤄
엄청난 반전 없지만 여운 남아
추리물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부분은 대개 비슷하다. 관객이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반전의 연속, 그 결과 밝혀낸 범인의 놀라운 정체에 초점을 맞춘다. 그런데 지난 17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SNS)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영화 ‘보스턴 교살자’(사진)는 추리물 공식에서 벗어나 결론보다는 과정, 반전보다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다룬다. 이를 통해 저널리즘의 역할, 경찰의 부조리와 사회 시스템의 문제, 성별에 따른 차별 등을 전면에 부각한다.
작품은 ‘부스터’ ‘크라운 하이츠’ 등을 만든 맷 러스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델마와 루이스’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로레타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다.
영화를 지탱하는 큰 동력은 실화의 힘이다. 1960년대 미국 보스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총 13명의 여성이 연이어 살해당해 큰 충격을 안겼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때 이 사건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살인 사건이 끝없이 발생하고 혼란이 이어진다. 모든 사건이 실제 일어났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진다.
이야기는 신문사 기자인 로레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어느 날 발생한 살인 사건을 살펴보다 이전 두 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직접 취재하기 시작해 사건의 범인을 본격적으로 추리해 나간다.
하지만 갈수록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한동안 나이 든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다가, 젊은 여성이 살해당하는 등 불규칙적인 패턴이 나타나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로레타는 베테랑 기자인 진(캐리 쿤 분)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리를 이어간다.
다른 추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주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온다. 추리물의 주인공은 대부분 범인을 쫓는 형사다. 반면 이 작품은 기자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사건을 파헤친다. 경찰들이 찾지 못한 단서를 발견하거나 경찰이 은폐하거나 조작한 일들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건 이면에 있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와 부조리를 다루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기자가 어떤 억압과 악조건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역할과 사명을 잊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제한적이던 1960년대의 상황도 정교하게 그려냈다. 영화 초반 로레타는 직접 다양한 사건을 취재하고 싶어 하지만, 상사의 지시에 따라 토스터기 리뷰 등을 쓰는 생활부에서 일하게 된다. 집에서도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로레타는 흔들림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끊임없이 해낸다. 나이틀리는 강하고 뚝심 있는 로레타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내용만큼이나 어둡고 무겁다. 다른 추리물에 비해 엄청난 반전이 있지도 않고, 전개 속도도 빠르지 않다. 게다가 미제 사건 아닌가. 하지만 후반부에 다다르면 깨닫게 된다. 영화는 개별 사건보다 그 사건들 뒤에 있는 큰 사회적 문제와 부조리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더욱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작품은 ‘부스터’ ‘크라운 하이츠’ 등을 만든 맷 러스킨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델마와 루이스’ ‘마션’ 등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주인공 로레타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가 맡았다.
영화를 지탱하는 큰 동력은 실화의 힘이다. 1960년대 미국 보스턴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은 연쇄 살인 사건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총 13명의 여성이 연이어 살해당해 큰 충격을 안겼다. 봉준호 감독이 ‘살인의 추억’을 만들 때 이 사건들을 참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영화에서도 살인 사건이 끝없이 발생하고 혼란이 이어진다. 모든 사건이 실제 일어났다는 사실이 떠오를 때마다 불안과 공포는 더욱 커진다.
이야기는 신문사 기자인 로레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는 어느 날 발생한 살인 사건을 살펴보다 이전 두 살인 사건과 연관성이 있다고 의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직접 취재하기 시작해 사건의 범인을 본격적으로 추리해 나간다.
하지만 갈수록 진실은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한동안 나이 든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 사건이 벌어지다가, 젊은 여성이 살해당하는 등 불규칙적인 패턴이 나타나며 용의자를 특정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로레타는 베테랑 기자인 진(캐리 쿤 분)과 함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리를 이어간다.
다른 추리물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의 주체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색다르게 다가온다. 추리물의 주인공은 대부분 범인을 쫓는 형사다. 반면 이 작품은 기자들이 직접 발 벗고 나서 사건을 파헤친다. 경찰들이 찾지 못한 단서를 발견하거나 경찰이 은폐하거나 조작한 일들을 폭로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건 이면에 있는 사회 시스템의 문제와 부조리를 다루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두 기자가 어떤 억압과 악조건 속에서도 저널리즘의 역할과 사명을 잊지 않고 수행하는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이 제한적이던 1960년대의 상황도 정교하게 그려냈다. 영화 초반 로레타는 직접 다양한 사건을 취재하고 싶어 하지만, 상사의 지시에 따라 토스터기 리뷰 등을 쓰는 생활부에서 일하게 된다. 집에서도 아내,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요받는다. 그럼에도 로레타는 흔들림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끊임없이 해낸다. 나이틀리는 강하고 뚝심 있는 로레타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내용만큼이나 어둡고 무겁다. 다른 추리물에 비해 엄청난 반전이 있지도 않고, 전개 속도도 빠르지 않다. 게다가 미제 사건 아닌가. 하지만 후반부에 다다르면 깨닫게 된다. 영화는 개별 사건보다 그 사건들 뒤에 있는 큰 사회적 문제와 부조리를 이야기하고자 했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더욱 묵직한 여운이 남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