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전쟁으로 안보 위기가 고조된 유럽에서 항공우주·방위산업 특수를 노리는 사모시장 투자자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방위비 '큰 장' 섰다…글로벌 사모투자 큰손 집결
파이낸셜타임스는 26일(현지시간)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유럽 각국 정부가 군비 지출을 대폭 늘리기로 하면서 유럽 방산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사모펀드 운용사, 벤처캐피털 등 사모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작년 2월 전쟁 발발 후 독일 정부가 1000억유로(약 134조원) 특별방위기금을 편성하는 등 유럽에서는 국방 지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기금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투자자들로 유럽 방산업계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피치북 자료에 의하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 투자 규모는 지난해 200억달러를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04억달러에 불과하던 투자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프랑스 사모펀드 운용사인 와인버그캐피털파트너스는 최근 자국 방산업체 투자 전용으로 1억유로짜리 신규 펀드를 모금하는 데 성공했다. 세르지 와인버그 최고경영자(CEO)는 “개전 후 유럽의 방산기업들이 견고한 공급망을 구축하는 작업에 더 몰두하고 있다”며 “이들 기업의 확장을 뒷받침하고 재무 구조를 강화하는 데 사모투자금이 적극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그간 항공우주 및 방산 분야는 대형 운용사들이 주로 투자했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각종 규제가 많아 웬만한 민간 투자자는 쉽게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로 인해 무기 제조업체에 대한 직접 투자를 꺼린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각국 정부가 최근 신규 편성한 자금이 주로 드론, 센서, 인공지능(AI) 등 이중용도 기술을 개발하는 데 쓰이면서 ESG 이슈도 해소되고 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