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 '뇌관'…그림자 금융
미국과 유럽에서 은행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가운데 그림자 금융(섀도 뱅킹)이 위기 확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림자 금융회사는 은행과 달리 금융감독을 거의 받지 않고 위험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현지시간) 뉴욕연방은행의 보고서를 인용해 그림자 금융 때문에 은행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림자 금융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비(非)은행 금융회사나 금융상품을 뜻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가 대표적인 그림자 금융상품이다.

뉴욕연방은행은 그림자 금융회사들이 유동성 부족으로 자산을 급히 처분하면 해당 자산 가격이 급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그림자 금융회사와 비슷한 자산을 보유한 은행권도 연쇄적으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뉴욕연방은행의 예상이다.

WP는 미국 내 그림자 금융의 자산 규모가 30조달러(약 3경9000조원)를 넘었지만 은행과 달리 미국 중앙은행(Fed) 등의 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세계 금융시스템 감독 협의체인 금융안정위원회(FSB)에 따르면 글로벌 비은행권의 자산 규모는 2008년 말 99조3400억달러에서 2021년 말 239조2700억달러로 141% 증가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일부 은행이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금융 안정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지난 24일 주가가 8.5% 폭락했던 도이체방크는 27일 장 초반 5%가량 상승했다. 코메르츠방크와 BNP파리바도 각각 3%, 2%대 상승하는 등 유럽 은행주 동반 하락세는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오현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