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법안 빅딜'이 국가경쟁력 좀먹는다
국회의 끼워넣기 법안 빅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방폐물특별법과 해상풍력특별법안(풍력특별법)을 여야가 합의해 동시 처리하는 이른바 ‘빅딜설’이 거론되고 있다. 심지어 아무 관련이 없는 ‘미래차 특별법’ 통과에 합의하면서 원전산업, 풍력발전 등 여야가 각자 주력하는 법안을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큰 틀에서 협의를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다. 방폐물특별법은 원자력발전소 가동 후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는 시설을 마련하는 법적인 근거다. 법안이 통과되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처분장 설치 논의가 탄력받아 40년 넘게 실패한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풍력특별법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것으로 풍력사업의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미래차 특별법은 국내 자동차산업을 전기·수소차 등 미래차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의 자치분권과 균형발전 정책 등을 법적으로 뒷받침할 ‘자치분권 및 균형발전 특별법안’이 지난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안이 행안위 소위를 넘으면서 3월 임시국회 내에 법안이 처리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이 법안은 지방시대를 표방하는 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특별법을 다른 법안과 연계하려는 시도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말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당시 이뤄지지 못한 주민자치회 관련 법안(주민자치회 시범 운영→정식 운영)을 같이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아무 관련이 없는 법안들의 빅딜은 연이어 나오고 있다. 민주당이 또다시 ‘사회적경제기본법’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 법안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공급망 기본법과 재정준칙 처리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중점 논의했다. 소위원장을 맡은 신동근 의원을 필두로 민주당 의원들이 법안 심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법안을 당론으로 반대하고 있는 여당 의원들이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했지만, 신 의원은 “이런 식이면 공급망 기본법도 못 해준다”며 심의를 밀어붙였다. 민주당은 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경제재정소위에서 재정준칙안을 담은 국가재정법 개정안보다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안을 먼저 논의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한 차례 파행 끝에 재개된 소위는 재정준칙안을 뒷전으로 미룬 채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을 심의했다.

2020년 민주당이 발의한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비영리 사회적기업 등에 국유재산을 무상 임대하고 연간 70조원 규모인 공공기관 재화·서비스 구매액의 5~10%를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우선 구매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많게는 7조원이라는 과도한 금전 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인 데다 다른 영세기업과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사회적경제’라는 그럴듯한 말을 붙였지만 실상은 대다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친(親)민주당 시민단체 등에 대한 퍼주기 법안이나 다름없다.

경제살리기 법안을 볼모로 국민의 혈세로 지지 기반을 굳히려는 포퓰리즘 입법은 결국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당장 멈춰야 한다. 제1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조속히 처리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전략산업 기업들이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아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