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기자회견… "검정고무신 관련 사업 중단해야" 촉구
'검정고무신' 유족 "혼자 싸우다 떠난 형 이야기 들어 달라"
"저는 이우영 작가의 51년 삶 동안 20년은 형제, 나머지 30년은 절친이자 만화가 동료로 살면서 '검정고무신'을 그려 온 동생 이우진입니다.

혼자서 싸우다 아주 멀리 떠난 형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 가져주고 귀 기울여주세요.

"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소송 와중 세상을 등지자 동생이자 '검정고무신' 공동 작가인 이우진 작가가 2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호소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작가는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계약을 맺은) 2007년의 인연은 악연이 돼 형의 영혼까지 갉아먹었다"며 "어린 시절 만화를 사랑했고, 만화 이야기로 밤새우던 형의 목소리는 이제 들을 수 없게 됐다"고 울먹였다.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 자신에게 걸었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그는 "형이 마지막에 걸었던, 받지 못했던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한다"며 "아마도 형이 마무리하지 못했던 이 문제를 해결하고 제자들의 창작활동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 아니었을까 싶다"고 짐작했다.

'검정고무신' 유족 "혼자 싸우다 떠난 형 이야기 들어 달라"
이날 기자회견을 주최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사업을 맡았던 형설앤 측이 이 작가를 죽음에 몰아넣었다며 관련 사업과 소송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대책위는 "세대를 막론한 사랑을 받은 '검정고무신'을 그린 작가가 작품 저작권을 강탈당하고 그 괴로움에 못 이겨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건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만화·웹툰계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며 "(형설앤 측이) 캐릭터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형설앤을 향해 '검정고무신' 관련 일체 권한을 유가족에게 돌려주고 모든 '검정고무신' 사업에서 물러나며, 민사소송을 모두 취하하라고 요구했다.

형설앤 측은 2019년 이우영·이우진 작가 등의 개별적인 창작활동을 문제 삼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대책위 대변인을 맡은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작가들은 사실상 작품 활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작가들의 손과 발은 묶인 과정에서 '검정고무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나오고, 캐릭터 상품이 만들어지면서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책위는 '검정고무신' 작가들이 저작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며 향후 이우영 작가 추모 사업과 불공정한 계약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문화적 개선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대책위와 정의당 류호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유정주 의원,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