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래 산림 100년, 소나무림 보전부터
소나무는 우리 산림의 약 25%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나무이다.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어 가히 우리 민족의 나무라 할 수 있다. 또한, 소나무의 왕성한 생명력과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생물적 특성 때문에 예로부터 군자의 절개와 고고함을 상징하여 수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었던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 추사 김정희의 대표작인 세한도(歲寒圖)는 1844년 제주도에서 귀양살이할 때 그린 것으로, 허름한 집 좌우에 선 소나무 두 그루와 측백나무 두 그루만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울타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그에게 계속해서 책을 보내주었던 벗의 변치 않는 마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그렸다고 전해진다. 세한(歲寒)은 설 전후의 매우 심한 한겨울 추위를 이르는 말로, 우리가 살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역경을 비유하기도 한다.

1978년 산림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수십 년의 세월을 숲과 함께 살고 있다. 숲이 곧 나고, 내 삶이 곧 숲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들어 세한도를 자주 떠올리게 된 것은 바로 소나무재선충병의 피해 확산으로 소나무와 산림청이 세한(歲寒)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재선충에 의해 발병하여 고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는 매우 치명적인 소나무전염(감염)병이다. 소나무재선충은 스스로 이동할 능력이 없어, 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라는 매개충에 의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되는데, 매개충이 소나무류 가지의 줄기를 먹는 과정에서 매개충의 몸속에 있던 선충이 빠져나와 소나무를 감염시킨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이후 피해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감염되어 고사가 진행되기 시작하면 치료가 불가능한 전염병으로, 매개충이 우화해 본격 활동하기 전에 피해목을 제거해 더 큰 피해를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집중 방제 기간인 지금 이 시각에도 피해 고사목 제거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산림청과 소속기관, 지자체 등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산림청은 지난 35년간, 피해 고사목 제거 사업 등의 전통적인 방제 방식과 함께 소나무재선충병 진단 기간을 3일에서 30분으로 줄인 진단키트 도입, 드론 예찰, QR코드를 활용한 소나무재선충 예찰, 진단, 방제 전(全) 과정 실시간 이력 관리 등 과학기술 기반의 새로운 방제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항공방제에 대한 시대적 우려를 반영하여 지속해서 방제 면적을 감소하다 올해부터는 소나무재선충병 항공방제를 중지하기로 결정하였다. 아울러 친환경 방제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2014년 최대 피해 이후, 지난 8년간 피해 규모가 감소하다가 올해 93만 그루의 피해가 예상되어 3차 확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35년간 수많은 방제 노력에도 불구하고 방제 노력이 물거품이 됨과 동시에, 소나무림 보전을 향한 미래 의지마저 꺾일까 걱정스럽다.

1973년 시작된 국토녹화사업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았다. 주요 조림수종이자 향토수종인 민족의 나무, 소나무가 세한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땅에서 한국의 산림청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를 포기한다면, 전 세계 그 누구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성공할 수 없음을 확신한다. 세한의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것은 오직 국민의 관심과 믿음뿐이다. 추사 김정희에게 변하지 않는 마음을 보여줬던 벗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