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지난해 3.6조 반짝 흑자냈지만…적자 전환 불가피 [정의진의 경제현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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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급격한 고령화·고용둔화로
건보 재정 '적자 전환' 불가피할 것"
건보 재정 '적자 전환' 불가피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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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28일 발표한 '2022년도 국민건강보험 재정 당기수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보 당기수지는 3조6291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2021년 흑자 규모인 2조8229억원 대비 8062억원(28.6%) 증가했다. 흑자로 남은 금액을 적립해놓은 '누적 준비금'은 2021년 20조2410억원에서 지난해 23조8701억원으로 늘었다.

건강보험료율과 개별 근로자의 평균적인 임금이 매년 꾸준히 상승한 점도 건보 수입이 불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료는 보수월액에 건강보험료율을 곱한 금액으로 계산되는데, 건강보험료율은 2021년 6.86%, 2022년 6.99%, 2023년 7.09% 등으로 매년 오르고 있다. 직장 보수월액 평균 역시 2021년 2.1%, 2022년 4.0%씩 각각 상승했다.
지난해 건보 총지출은 85조1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4790억원(9.6%) 늘었다. 2019년(13.8%)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코로나19로 감소했던 의료 이용이 지난해 빠른 속도로 회복된 결과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경증 급여비로 지출된 건보 재정은 19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3% 늘었고, 호흡기 급여비로 지출된 건보 재정은 2021년 3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4조7000억원으로 36.8% 급증했다.
총수입이 총지출보다 빠르게 늘어 건보 재정이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긴 했지만, 이는 정부가 적자를 보전하는 용도로 세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나타난 착시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2007년부터 건보의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최대 20%를 국고로 지원해오고 있다. 지난해 건보 재정에 투입된 정부지원금은 약 10조5000억원이다. 작년 건보의 당기수지 흑자금액 3조6291억원에서 정부지원금을 빼면 사실상 6조9000억원 안팎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국고 지원이 계속 이뤄지더라도 향후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건강보험의 당기수지가 조만간 적자로 전환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건보 당기수지가 올해 1조4000억원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 누적 준비금은 급격히 줄어 2028년이면 적립해놓은 준비금까지 완전 소진될 예정이다. 정부는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건강보험 누적적자가 2060년까지 5765조원으로 늘어나고 2070년이면 7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