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새 여의도연구원장 "중산층 경제 살리는 정책 적극 발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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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신임 여의도연구원장 인터뷰
"여론조사 정확성 높여 명성 되찾을 것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문 닫아야"
30년 관료 생활한 당내 '정책통'
"우파 지지만으로 총선 승리 어려워
양극화 해소 방안 적극 발굴할 것"
민간·국책연구소와 정기 만남 추진도
"여론조사 정확성 높여 명성 되찾을 것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문 닫아야"
30년 관료 생활한 당내 '정책통'
"우파 지지만으로 총선 승리 어려워
양극화 해소 방안 적극 발굴할 것"
민간·국책연구소와 정기 만남 추진도
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여연)은 한 때 ‘족집게 여론조사’로 정평이 나 있었다. 1995년 설립 이후 쌓아온 노하우로 총선부터 대선까지 각종 선거를 정확히 맞췄다. 선거철만 되면 여연의 여론조사 결과와 정세 분석이 대외비로 분류돼 당 지도부에만 보고 될 정도였다. 이와 함께 당은 물론 보수 진영의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명성은 최근 몇년새 처참히 깨졌다. 인력 부족 등으로 조사의 정확성이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실제 결과(0.7%p)와 동떨어진 ‘두자릿수 격차 승리’를 예상해 곤욕을 치렀다. ‘무용론’, ‘해체론’까지 제기돼 당의 핵심 개혁 대상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침몰하는 여연의 구원투수로 지난 27일 친윤계 핵심 박수영 의원(사진)을 임명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박 의원은 1985년 행정고시 합격 후 30년 간 관료로 일한 당내 ‘정책통’이다. 지난 대선 캠프에선 경제공약단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을 발굴했다. '대장동 의혹'을 적극 제기하는 등 정무적 판단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당초 박 의원이 두차례 고사했음에도 김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박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한 배경이다.
박 원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것이 과거 명성을 되찾는 방법”이라며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토대를 바꾸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또 틀릴 것이고 그때는 여연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파의 지지만 받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중산층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발굴을 위해 여러 민간·국책 연구소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정책 네트워크’를 꾸리겠다고 했다. ▷여연의 가장 큰 문제가 뭐였나.
“여연의 중심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책이고 하나는 여론조사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처참하게 틀린 결과를 내놨다. 두 자릿수로 이길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는 0.73%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다시 한 번 확립하는 것이 과거 여연의 명성을 되찾는 방법이다. 과거의 여연의 여론조사는 굉장히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데 현재 틀린 여론조사를 내놨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토대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여론조사도 또 틀릴 것이다. 또 틀리면 여연은 문을 닫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 취임 첫날인 어제(27일) 내부 끝장 토론을 했다. 취임식을 하지 않고 대신 직원들과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장시간 토론을 해 문제점을 파악했다. 다음주에는 대한민국에서 여론조사 제일 잘한다고 하는 전문가 대여섯 명을 모시고 의견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그간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직 제안이 왔을 때 두번 거절했는데 김기현 대표가 세번째 부탁을 했고, 이것마저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수용했다. 김 대표가 여연의 쇄신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또 과거 여연이 정국을 주도하는 정책들을 많이 냈는데 최근에 그 부분도 많이 약해졌다. 그래서 총선에 이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정치적 멘토인 고 박세일 교수께서 여연을 이끄실 때 여연이 최고 전성기였다. 그때 명상을 되살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발굴할 생각인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표도 중요하지만 중원을 장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층을 위한 정책들을 발굴할 생각이다. 그 다음 양극화가 심해지면 점점 중도층이 줄어드는 만큼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다.”
▷당 지지율이 전당대회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30세대 지지율이 낮은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전당대회 후유증 때문이라고 본다. 전대 기간 중인 3월 첫째주 둘째주 계속 (지지율이) 떨어졌다. 셋째주 넷째주는 동일한 34%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추락은 다 했고 반등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대표도 깜짝 이벤트 등을 통해 순간적으로 지지를 올리는 걸 원하지 않는 분이다. 차분하게 한발 한발 걸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우리 지도부가 안정되고 나면 착착 올라가지 않겠는가.” ▷향후 공천이나 당직 인선에 이준석계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정책 개발과 여론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그런 결정은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시지 않겠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대외적인 공식 일정은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음주 정책 네트워크를 꾸리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여연에 좋은 연구원들도 있지만 모든 정책을 여기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에 민간연구소, 국책연구소, 대학·지방자치단체 연구소 전부 연계해서 (네트워크 구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
▷여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객관적인 정책개발, 객관적인 여론조사 이런 것이 중요하다. 다음 선거의 핵심은 중산층 경제라고 생각한다. 중도에 있는 중산층 경제를 집권당이 살리겠다는 희망을 만들지 않으면 다음 총선 이기기 어렵다. 좌우 극단은 공고하다. 거기서 우파 지지만을 받아서는 총선에서 못 이긴다. 만약 우리나라에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격차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면 중도층은 집권당을 찍지 않게 된다. 그 부분이 우리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정책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이러한 명성은 최근 몇년새 처참히 깨졌다. 인력 부족 등으로 조사의 정확성이 계속 떨어졌다. 지난해 대선에서도 실제 결과(0.7%p)와 동떨어진 ‘두자릿수 격차 승리’를 예상해 곤욕을 치렀다. ‘무용론’, ‘해체론’까지 제기돼 당의 핵심 개혁 대상에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침몰하는 여연의 구원투수로 지난 27일 친윤계 핵심 박수영 의원(사진)을 임명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박 의원은 1985년 행정고시 합격 후 30년 간 관료로 일한 당내 ‘정책통’이다. 지난 대선 캠프에선 경제공약단장을 맡아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을 발굴했다. '대장동 의혹'을 적극 제기하는 등 정무적 판단도 뛰어나다는 평가다. 당초 박 의원이 두차례 고사했음에도 김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박 의원을 여의도연구원장에 내정한 배경이다.
박 원장은 2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취임 후 첫 인터뷰에서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다시 한번 확립하는 것이 과거 명성을 되찾는 방법”이라며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토대를 바꾸지 않으면 여론조사는 또 틀릴 것이고 그때는 여연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파의 지지만 받으면 총선 승리가 어렵다”며 “중산층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 발굴을 위해 여러 민간·국책 연구소와 정기적으로 만나는 ‘정책 네트워크’를 꾸리겠다고 했다. ▷여연의 가장 큰 문제가 뭐였나.
“여연의 중심 역할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정책이고 하나는 여론조사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처참하게 틀린 결과를 내놨다. 두 자릿수로 이길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는 0.73%포인트 차이로 겨우 이겼다. 여론조사의 정확성을 다시 한 번 확립하는 것이 과거 여연의 명성을 되찾는 방법이다. 과거의 여연의 여론조사는 굉장히 정확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데 현재 틀린 여론조사를 내놨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반성하고 토대를 바꾸지 않으면 다음 여론조사도 또 틀릴 것이다. 또 틀리면 여연은 문을 닫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론조사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여러 가지 논의를 하고 있다. 취임 첫날인 어제(27일) 내부 끝장 토론을 했다. 취임식을 하지 않고 대신 직원들과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장시간 토론을 해 문제점을 파악했다. 다음주에는 대한민국에서 여론조사 제일 잘한다고 하는 전문가 대여섯 명을 모시고 의견을 직접 들을 예정이다.”
▷그간 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했는데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당직 제안이 왔을 때 두번 거절했는데 김기현 대표가 세번째 부탁을 했고, 이것마저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수용했다. 김 대표가 여연의 쇄신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 또 과거 여연이 정국을 주도하는 정책들을 많이 냈는데 최근에 그 부분도 많이 약해졌다. 그래서 총선에 이길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정치적 멘토인 고 박세일 교수께서 여연을 이끄실 때 여연이 최고 전성기였다. 그때 명상을 되살리고 싶다.”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을 발굴할 생각인가.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 표도 중요하지만 중원을 장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중도층을 위한 정책들을 발굴할 생각이다. 그 다음 양극화가 심해지면 점점 중도층이 줄어드는 만큼 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울 것이다.”
▷당 지지율이 전당대회 이후 계속 떨어지고 있다. 2030세대 지지율이 낮은데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당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전당대회 후유증 때문이라고 본다. 전대 기간 중인 3월 첫째주 둘째주 계속 (지지율이) 떨어졌다. 셋째주 넷째주는 동일한 34%를 기록하고 있다. 이제 추락은 다 했고 반등하기 위한 준비 단계에 있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김기현 대표도 깜짝 이벤트 등을 통해 순간적으로 지지를 올리는 걸 원하지 않는 분이다. 차분하게 한발 한발 걸어가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우리 지도부가 안정되고 나면 착착 올라가지 않겠는가.” ▷향후 공천이나 당직 인선에 이준석계 인사를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제가 언급할 사항은 아닌 것 같다. 여의도연구원장으로서 정책 개발과 여론조사에 최선을 다하겠다. 다만 그런 결정은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시지 않겠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대외적인 공식 일정은 여러 가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다음주 정책 네트워크를 꾸리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여연에 좋은 연구원들도 있지만 모든 정책을 여기서 만들어낼 수는 없는 것 아니겠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도처에 있기 때문에 민간연구소, 국책연구소, 대학·지방자치단체 연구소 전부 연계해서 (네트워크 구성을) 추진할 예정이다. 아직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정기적으로 만날 계획을 갖고 있다”
▷여연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객관적인 정책개발, 객관적인 여론조사 이런 것이 중요하다. 다음 선거의 핵심은 중산층 경제라고 생각한다. 중도에 있는 중산층 경제를 집권당이 살리겠다는 희망을 만들지 않으면 다음 총선 이기기 어렵다. 좌우 극단은 공고하다. 거기서 우파 지지만을 받아서는 총선에서 못 이긴다. 만약 우리나라에 심해지고 있는 양극화 격차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어둡다고 생각하면 중도층은 집권당을 찍지 않게 된다. 그 부분이 우리가 해야 될 가장 중요한 정책 지향점이라고 생각한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