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재밌다"…즐기는 마음이 만든 T1의 역전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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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재밌다, 재밌어” 지난 25일 진행된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플레이오프 2라운드 T1과 KT롤스터의 5세트 경기에서 T1의 탑 라이너 제우스(최우제)가 남긴 보이스다. 그의 말대로 해당 경기는 선수들은 물론 지켜보는 시청자 모두 손에 땀을 쥐게 만든 ‘역대급 꿀잼 경기’ 였다.
KT가 킬 스코어를 7 대 0까지 벌리며 앞서갔던 경기를 T1이 슈퍼 플레이를 연달아 선보이며 뒤집었다. 그 과정에서 KT도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마지막까지 승부의 결말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국내외 리그오브레전드(이하 롤) 팬들을 모두 열광시키며 벌써 역사에 남을 다전제 승부로 꼽히고 있다.
T1이 역전에 성공한 데에는 기본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과 엄청난 퍼포먼스가 깔려 있다. 페이커(이상혁)는 불리한 상황에서 상대 선수를 끌어들이고 잡아내는 플레이 메이킹을 연달아 성공시켰다. 구마유시(이민형) 역시 안 보이는 시야를 이용해 상대 딜러를 잡아냈고 케리아(류민석)는 경기 막바지에 게임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궁극의 라칸’ 플레이를 선보이며 승리로 향하는 길을 열었다. 오너(문현준)와 제우스 역시 상대를 끌어내고 한타 구도를 유리하게 만드는 등 자신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역전을 가능하게 한 다른 원동력은 바로 ‘즐기는 마음’에 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재미’라는 단어는 낯설다. 경기 한 번으로 다음 라운드 진출 여부와 본인에 대한 평가가 갈라지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떨쳐 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되기 전 그들은 모두 롤이라는 게임에 ‘재미’를 느껴 꿈을 키웠다.
따라서 경기 도중 “재밌다”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선수들이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게임 그 자체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페이커는 승자 인터뷰에서 "제우스와 구마유시 선수도 항상 팀원들에게 사기를 불어넣어주고 있다"라며 "결과적으로는 선수들끼리 친한 것이 승리에 영향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팀원들 간의 믿음과 친밀감이 T1 선수들의 게임 몰입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실제로 선수들의 몰입도는 승부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지난 23일 2023 LCK 스프링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한화생명 e스포츠에 패배한 디플러스 기아의 원거리 딜러 데프트(김혁규)는 패배 후 인터뷰에서 “가장 크게 보완할 점은 스스로 돌아봤을 때 게임에 몰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패자부활전이 도입된 플레이오프 방식도 선수들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페이커는 25일 KT를 상대로 승리한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선수들끼리 혹여나 우리가 져도 다음 경기(패자조)가 있다”라고 서로 말했다고 밝혔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하면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지는 환경이 선수들의 부담감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풀이된다.
3 대 2로 박빙의 승부 끝에 KT를 꺾고 승자조에 진출한 T1은 오는 4월 1일 젠지 e스포츠와 결승 직행을 놓고 대결을 펼친다. 패배한 KT는 4월 2일에 한화생명 e스포츠와 결승 진출전 티켓을 놓고 승부를 벌인다. 해당 경기에서 이긴 팀은 승자조에서 패배한 팀과 결승 진출을 놓고 4월 8일에 또 한 번 맞대결을 펼친다. 2023 LCK 스프링 결승전은 4월 9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서 열린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