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엔인권사무소, 보고서 발표회…전시·전후피해자, 국군포로 가족 등 패널로
北에도 보고서 전달…정부 "국제사회 관심 제고 기여 기대" 환영
유엔 "北 강제실종 피해자 지속적인 인권침해…책임규명 필요"(종합)
북한이 수십 년간 자행한 강제실종과 관련해 6년에 걸친 피해자 측 면담 결과를 담은 유엔 보고서가 28일 공개됐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이날 종로구 서울 글로벌센터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아물지 않는 상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의한 강제실종 및 납치" 제목으로 발간한 보고서 발표회를 열었다.

보고서는 2016∼2022년 강제실종자의 친인척, 북한이탈주민, 북한에 의해 납치된 이후 탈출한 타국 국민 등과 진행한 심층면담 80건 등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통해 파악한 실태를 담았다.

보고서는 강제실종 유형을 ▲ 정치범 수용소 등에서 자의적 구금을 당한 북한 국민 ▲ 6·25 전시·전후 납북자, 미송환 국군포로, 납치 외국인 등 1950∼1980년대 중반까지 발생한 남한 국민 및 외국인의 강제실종 등 두 가지로 나눴다.

강제실종된 북한 주민의 경우 정치범 수용소 등 수감 시설에 구금돼 불공정 재판, 고문, 즉결처형 등 가혹한 피해를 본다고 지적했다.

또 국군포로들은 북한 북쪽 지역의 탄광에서 강제노동에 동원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전후 납치피해자 5명은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을 받았으며 심지어 일부는 공작원 훈련도 받았다"고 진술했다.

강제실종 피해 당사자나 그 가족은 여전히 심각한 심적 고통과 각종 권리 침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는 다수의 강제실종자 친인척과 면담한 결과, "심각한 심리적 외상과 괴로움은 불안, 식욕 부진, 자살충동, 불면증 등 다양한 신체적 및 정신적 건강 이상을 초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본 보고서에 기록된 강제실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제인권법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발표회에는 전시·전후 납치피해자, 국군포로 가족 등 피해자 측이 패널로 참석해 북한의 실태를 고발했다.

6·25 전쟁 시절 북한으로 끌려가 아버지와 함께 탄광에서 노예생활을 했다는 한 피해자는 당시 '배고픔의 서러움'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다며 이후 아버지와 함께 탈북하려다가 붙잡혀 아버지가 피살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가리켜 "인권을 찾아볼 수도 없고 나라라고도 말할 수 없는 국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전쟁 이후 북한의 납치로 형을 잃은 남성은 온 가족이 애타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며, 한국 정부에 "납북자 송환과 최소한 가족상봉의 기회를 위해 실질적이고 능동적으로 북한과 협상에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제임스 히난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은 발표회에서 강제실종은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그 후세대까지 영향을 주는 등 가장 심각한 인권침해 중 하나라며, 특히 "강제실종 가족들도 국제법상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강제실종자 가족들의 희망사항도 담겼다.

피해 가족들은 피해자 생사와 소재에 관한 진실을 공개하고 이들의 조속하고 안전한 귀환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았다.

또 실종자가 북한에서 사망한 경우, 유해가 송환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특히 상당수가 강제실종에 대한 북한의 진실된 사과와 책임규명을 비롯해 피해자 측을 대상으로 한 충분한 보상, 재활, 원상회복 등 포괄적 배상 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엔 "北 강제실종 피해자 지속적인 인권침해…책임규명 필요"(종합)
유엔은 보고서에서 북한에 강제실종 발생 사실을 인정하고 피해자의 조속한 송환과 정치적 근거로 구금된 이들의 석방 등 즉각 조치를 취하며 구금자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가족에 제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인권 침해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게 충분하고, 신속하며, 효과적이고 성 인지 관점을 반영한 배상 및 구제를 보장"할 것과 강제실종 범죄 혐의에 대해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실시하는 등 책임 규명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OHCHR은 지난 1월 사실 검증을 위해 제네바 유엔 사무국 주재 북한 상설대표부를 통해 이 보고서를 북측에 전했지만, 지난 6일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내용만 담긴 답신을 받았다고 유엔인권사무소 측은 전했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국방·통일·법무부는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보고서 발간을 환영한다며 "열악한 북한인권 상황과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관심 제고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이 이 보고서의 제반 권고사항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유엔 인권 메커니즘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