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달여 앞두고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핵심 참모들이 잇따라 교체되는 가운데 비서실과 안보실 간 고질적인 ‘칸막이’ 소통 문제까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방미 후엔 후속 인사와 조직 개편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28일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교체설로 온종일 시끌시끌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윤 대통령이 방미 일정 조율 과정 등을 비롯한 외교안보 라인에 대한 쇄신 필요성을 느껴왔다”며 “김 실장 교체가 비중있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즉각 부인했지만, 대통령실에선 “외교·안보 참모 후속 인사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실제 올들어 대통령실에선 외교·라인 교체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안보실 이문희 외교비서관을 교체했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엿새 앞두고 자진 사퇴했다. 올해 첫 해외순방인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순방 당시엔 출국 하루 전날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대통령 일정 유출의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이런 인사들은 각각의 개별적인 사유가 원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에선 “외교와 안보라인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서실과 안보실 간 ‘정보 칸막이’다. 안보실은 지난 6일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강제징용 해법을 발표하면서, 발표 직전까지도 관련 정보를 비서실과 제대로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방일 당시 동행한 일부 기업인들이 “비서실과 안보실이 따로 움직이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불만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비서관 교체의 원인으로 알려진 한·미 공동 문화행사 보고 누락과 관련해선 김건희 여사 측이 개입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여권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엔 비서실이 안보실까지 총괄 관리했지만, 이번 정부에선 두 기관이 병렬 관계”라며 “업무 조율을 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나서야 하는 시스템인데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안보실 내부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안보실 ‘넘버 1·2’인 김 실장과 김태효 차장 간 불화설이다. 김 실장과 김 1차장은 외교·안보 정책 방향에 대해선 대체로 일치하지만 업무 추진 스타일은 크게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안보라인 소식에 밝은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한 유투브 방송에서 김 실장 교체설의 배경을 김 실장과 김 차장 간 갈등으로 지목하며 “외교안보 라인에 권력 투쟁에서 김태효 1차장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