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영업시간 조정 알림 표지판./사진=이마트 제공
이마트 영업시간 조정 알림 표지판./사진=이마트 제공
오후 10시에 문을 닫는 대형마트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이마트가 다음달 3일부터 매장 영업 종료 시간을 한 시간 앞당기는 데 이어 홈플러스도 일부 점포에서 10시 영업종료 실험에 나섰다. 영업시간을 단축해 늘어난 고정비 부담을 덜려는 시도라는 분석이다.

이마트 전면 단축…홈플러스, 처음 영업 종료시각 앞당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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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다음달 10일부터 24개 점포 영업종료 시각을 자정(점별 상이)에서 오후 10시로 조정한다. 총 133개 점포의 20%가량에 시범 운영을 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다음달 3일부터 전국 점포의 영업종료 시각을 오후 11시에서 10시로 전면 조정한 이마트에 뒤이은 조치다.

홈플러스가 영업 종료 시간을 앞당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홈플러스는"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 기간을 포함해 영업시간 조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 기간에도 고객들이 밀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업시간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의 경우 2018년 주 32시간 근무 제도를 도입하면서 전국 점포의 영업 마감 시간을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조정한 후 이번에 다시 10시로 전면 조정한다. 이마트는 전면 조정에 앞서 지난달까지 전국 136개 점포 중 66개의 점포 운영시간을 '오전 10시~오후 10시'로 조정하며 상황을 살폈다. 이번에 기존 오후 11시까지 운영하던 나머지 점포도 영업 종료시간을 앞당기기로 한 것.

다만 롯데마트는 기존 정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고객 소비패턴 변화 반영"…고정비 부담 덜기 '안간힘'

사진=이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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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조정에 나선 대형마트들은 고객 소비패턴 변화를 반영한 조치란 입장. '피크 타임'으로 간주되는 오후 2~6시 고객이 몰리는 집중도가 높아진 만큼 야간 운영시간을 단축해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비용 절감 효과를 낼 것이란 설명이다. 영업시간을 줄여 인건비와 늘어난 전기료, 난방비 등 각종 고정비 부담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선 야간 시간에 대형마트를 찾는 소비자 발길 자체가 뜸해졌다. 이마트에 따르면 오후 10시 이후 점포를 찾는 고객 비중이 2020년 4.4%에서 2022년 3.0%로 감소했다. 홈플러스도 야간시간 점포를 찾는 고객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대신 이른바 '피크 타임'에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만큼 해당 시간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주 52시간 근무 정착과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활성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 등을 거치며 소비자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시간대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이마트에서는 지난해 피크 타임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일의 경우 2020년보다 0.3%포인트 상승한 40%를 기록했고 주말에는 1.4%포인트 올라 절반에 육박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피크 타임인 오후 6~8시 매장 운영에 집중하겠다"며 "향후 영업 상황과 고객 편익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할인점 영업시간 조정과 의무휴업일 조정에 따라 점포 생산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지난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효율적 비용 관리를 통해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겠다"며 인력 생산성 개선 요인으로 점포 운영 시간 조정, 무인화·자동화 확대 등을 들었다.

이커머스 확장 속 '규제'에 치인 대형마트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간 이커머스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대형마트는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대형마트는 오랫동안 '오전 10시 개점 및 오후 11~12시 폐장' 운영을 고수했다. 2000년대 점포 확장기에는 연중무휴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상공인 보호를 이유로 월 2회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의무휴업',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못 하는 '영업시간 제한' 등이 생기면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10년 만에 대형마트의 새벽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영업시간 제한은 그대로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이커머스 장보기가 본격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고민은 더 커졌다. 대형마트의 강점으로 꼽혀온 식품 분야도 온라인과 모바일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 올해 1월 온라인 식품(음·식료품 및 농·축·수산물) 거래액은 1년 전보다 7.8% 증가한 3조6216억원으로 2017년 통계 개편 이래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주로 구매한다는 직장인 이모 씨(34)는 "집에서 휴대폰으로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는데 심지어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배송온다. 요즘에는 마트보다 상품도 더 다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오프라인에서도 마트가 아닌 편의점을 찾는 고객이 늘고 있다. 2021년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태의 매출 규모가 역전된 후 격차가 더 벌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유통업체 연간 매출 동향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15.7%를 기록하며 16.0%인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에 밀렸다. 이어 지난해에는 편의점이 16.2%, 대형마트가14.5%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렇다보니 대형마트 영업시간 단축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다. 이마트는 영업시간 조정에 대한 고객 불만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영업시간을 조정한 점포들에서 현재까지 영업시간과 관련된 불만이 접수된 경우는 없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