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막는 로봇 심판, 고교야구에 떴다…시행 앞두고 시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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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정 속도 빠르지만, 정확도는 갸우뚱…"현장 목소리 수렴해 개선할 것"
"시스템 보완하면 프로야구 1군서도 활용 가능" 야구의 볼 판정 시비가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당장 국내 고교야구에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로봇심판)이 도입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8일 "입시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3일부터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토너먼트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도입 시행을 앞둔 이날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시연회를 개최해 시스템을 최종 점검했다.
이날 시연회에선 대전고 야구부 선수들이 실전 경기처럼 공을 던졌고, 협회 심판진은 로봇 심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볼 판정을 내렸다.
협회는 160~190㎝에 이르는 다양한 신장의 타자들이 타석에 섰을 때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를 체크하기도 했다.
고교 야구 감독들은 시연회 후 로봇 심판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정할지 의견을 냈고, 협회는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로봇 심판은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로봇'이 심판처럼 직접 판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
경기장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공의 궤적과 탄착 지점 등을 파악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한 뒤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볼 판정 내용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사인 스포츠투아이 박윤아 팀장은 "로봇 심판은 일명 투구 궤적 트래킹시스템(PTS)을 통해 볼 판정을 내린다"며 "정확도 테스트에선 0.1㎝ 미만의 오차 정도만 발생했다"고 전했다.
박 팀장은 "처음 시스템을 개발했을 땐 볼 판정을 내리는 데 2~3초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어서 실전 경기에서 활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심판 시스템은 실행 값만 바꾸면 스트라이크 존 크기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며 "타자별로 스트라이크 존 변화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박 팀장의 말처럼 이날 로봇 심판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로봇 심판은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힌 직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렸다.
이날 시연회에 참가한 김원재 심판위원은 "판정 속도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이 느끼는 볼 판정과 로봇 심판의 볼 판정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로봇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고 느끼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 내릴 때가 있었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갔다고 느끼는 공을 볼로 판정 내리기도 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고교 감독들과 심판,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만 명확하게 오심이라고 판단할 만한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박윤아 팀장은 "초기 시스템은 홈플레이트 앞선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가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 내리기도 했다"며 "이를 홈플레이트 뒷선에서 다시 한번 공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전했다.
이날 협회는 신장 차이가 큰 타자들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변경해 시연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리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타자 어깨의 윗부분과 혁대 사이의 중간 점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의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그린다.
심판들은 타자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그린 뒤 판정을 내린다.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 수정 작업에 수 초의 시간이 걸려 원활한 경기 진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스포츠투아이는 "미리 선수의 신장 등 체격을 수치화해 스트라이크 존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로봇 심판을 경험한 감독, 선수들은 다양한 의견을 냈다.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활동했던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우리가 느끼기에 애매한 판정이 조금 있었다"며 "다만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면 각 팀과 선수들은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고 투수 라현웅은 "완벽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불신이 사라져 좀 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타자의 체형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바뀌더라"라며 "투수 입장에선 영접 조절을 잡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 같아서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순에 덩치 차이가 큰 선수들을 지그재그로 넣으면 투수가 혼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작전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도자들과 협의를 거쳐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를 정하고, 타자별 스트라이크 존을 어느 수준으로 변화시킬지에 관해 결정할 예정이다.
양해영 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아마추어 야구에선 볼 판정에 관한 불신이 컸고, 아울러 입시 비리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로봇 심판 도입은 이런 불신을 걷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해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은 목동구장에만 해당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향후 많은 구장에 설치해 로봇 심판 운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로봇 심판은 2019년 미국프로야구 독립 리그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현재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로봇 심판을 운용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는 2024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2020년 8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하고 있다.
과거 삼성 2군에서 로봇 심판을 경험한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3년 전과 비교할 때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다"며 "시스템을 좀 더 보완하면 프로야구 1군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시스템 보완하면 프로야구 1군서도 활용 가능" 야구의 볼 판정 시비가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
당장 국내 고교야구에 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로봇심판)이 도입된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28일 "입시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고 불공정한 심판 판정으로 발생하는 갈등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4월 3일부터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리는 2023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토너먼트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도입 시행을 앞둔 이날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시연회를 개최해 시스템을 최종 점검했다.
이날 시연회에선 대전고 야구부 선수들이 실전 경기처럼 공을 던졌고, 협회 심판진은 로봇 심판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볼 판정을 내렸다.
협회는 160~190㎝에 이르는 다양한 신장의 타자들이 타석에 섰을 때 스트라이크 존의 변화를 체크하기도 했다.
고교 야구 감독들은 시연회 후 로봇 심판 스트라이크 존을 어떻게 정할지 의견을 냈고, 협회는 현장 목소리를 수렴해 결정하기로 했다.
로봇 심판은 만화영화에 나올 법한 '로봇'이 심판처럼 직접 판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
경기장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가 실시간으로 공의 궤적과 탄착 지점 등을 파악해 스트라이크-볼을 판정한 뒤 수신기와 이어폰을 통해 주심에게 볼 판정 내용을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개발사인 스포츠투아이 박윤아 팀장은 "로봇 심판은 일명 투구 궤적 트래킹시스템(PTS)을 통해 볼 판정을 내린다"며 "정확도 테스트에선 0.1㎝ 미만의 오차 정도만 발생했다"고 전했다.
박 팀장은 "처음 시스템을 개발했을 땐 볼 판정을 내리는 데 2~3초의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판정을 내릴 수 있어서 실전 경기에서 활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로봇 심판 시스템은 실행 값만 바꾸면 스트라이크 존 크기도 실시간으로 수정할 수 있다"며 "타자별로 스트라이크 존 변화가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박 팀장의 말처럼 이날 로봇 심판의 반응 속도는 빨랐다.
로봇 심판은 공이 포수 미트에 꽂힌 직후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내렸다.
이날 시연회에 참가한 김원재 심판위원은 "판정 속도는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 관계자들이 느끼는 볼 판정과 로봇 심판의 볼 판정이 다른 경우도 있었다.
로봇 심판은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났다고 느끼는 공을 스트라이크로 판정 내릴 때가 있었고,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갔다고 느끼는 공을 볼로 판정 내리기도 했다.
애매한 판정이 나올 때마다 고교 감독들과 심판,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만 명확하게 오심이라고 판단할 만한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박윤아 팀장은 "초기 시스템은 홈플레이트 앞선에서 스트라이크 존에 걸쳤다가 크게 떨어지는 변화구를 스트라이크로 판정 내리기도 했다"며 "이를 홈플레이트 뒷선에서 다시 한번 공을 판단하는 방식으로 개선했다"고 전했다.
이날 협회는 신장 차이가 큰 타자들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변경해 시연하기도 했다.
스트라이크 존은 리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타자 어깨의 윗부분과 혁대 사이의 중간 점을 상한선으로 하고, 무릎의 아랫부분을 하한선으로 그린다.
심판들은 타자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을 그린 뒤 판정을 내린다.
로봇 심판의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신체 조건에 따라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다만 스트라이크 존 수정 작업에 수 초의 시간이 걸려 원활한 경기 진행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스포츠투아이는 "미리 선수의 신장 등 체격을 수치화해 스트라이크 존을 바로바로 수정할 수 있다"고 전했다.
로봇 심판을 경험한 감독, 선수들은 다양한 의견을 냈다.
삼성 라이온즈 코치로 활동했던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우리가 느끼기에 애매한 판정이 조금 있었다"며 "다만 기준을 명확히 세운다면 각 팀과 선수들은 이를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전고 투수 라현웅은 "완벽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로봇 심판이 도입되면 불신이 사라져 좀 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타자의 체형에 따라 스트라이크 존이 많이 바뀌더라"라며 "투수 입장에선 영접 조절을 잡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 같아서 악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타순에 덩치 차이가 큰 선수들을 지그재그로 넣으면 투수가 혼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작전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지도자들과 협의를 거쳐 스트라이크 존의 크기를 정하고, 타자별 스트라이크 존을 어느 수준으로 변화시킬지에 관해 결정할 예정이다.
양해영 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아마추어 야구에선 볼 판정에 관한 불신이 컸고, 아울러 입시 비리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다"며 "로봇 심판 도입은 이런 불신을 걷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해 조기 도입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은 목동구장에만 해당 시스템이 설치됐지만, 향후 많은 구장에 설치해 로봇 심판 운용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로봇 심판은 2019년 미국프로야구 독립 리그에서 가장 먼저 도입했다.
현재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 로봇 심판을 운용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는 2024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2020년 8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로봇 심판을 운용하고 있다.
과거 삼성 2군에서 로봇 심판을 경험한 박재현 제주고 감독은 "3년 전과 비교할 때 많은 발전을 이룬 것 같다"며 "시스템을 좀 더 보완하면 프로야구 1군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