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커지는 무역적자…지방의 산업·교육·농업 혁신에 돌파구 있다
네덜란드는 한국 영토의 41%에 불과하지만, 농토는 비슷하다. 네덜란드가 180만ha, 한국이 170만 ha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농업무역 수지가 380억달러 흑자인데 한국은 360억달러 적자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온 무역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새해 석 달이 채 안 된 지난 20일까지 무역적자가 241억달러다. 지난해 전체 적자 478억달러의 절반을 넘어섰다. 우리 농업분야의 무역적자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기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다. 이철우 지사가 농업 혁신에 나선 이유다.

이 지사는 농업 혁신과 함께 교육과 취업 지원, 결혼, 주거, 보육, 돌봄 등 K로컬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사는 대통령이 의장으로 참여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에 국무총리와 함께 부의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장을 맡고 있어서다. 윤석열 정부는 중앙지방협력회의를 국무회의 급으로 격상하는 등 역대 어느 정부보다 ‘지방시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 후보자 시절부터 이 지사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수도권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지방시대 아젠다를 제안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그중에 한 가지가 교육개혁이다. 성과도 있었다. 정부가 이달 초 고등교육 권한을 지방자치단체에 대폭 이양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의 교육이 지방의 전략 산업에 맞는 인재를 키우지 못했다는 것이 경상북도의 분석이다. 경북은 구미에 반도체와 방산, 포항에 2차전지, 경주와 울진에 원자력 및 수소 등 인재 양성 계획을 22개 시·군으로 확산해가고 있다.

이 지사는 수도권에 가지 않아도, 고등학교만 나와도 대기업과 같은 연봉을 받는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다. 지방에서 취업하고 결혼한 뒤 집을 장만해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교육, 취업 지원 혁신을 시작했다. 한 해 10만 명이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지만 서울로 간 청년들도, 지방에 남은 청년들도 행복하지 않다는 진단에 따른 대책이다. 경상북도는 가용재원의 10%를 아껴 10년간 3조를 투입하기로 했다.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의 악순환을 끊는 계기가 될지 기대가 크다.

지난 15일 전국에 15개 국가산단 후보지가 지정된 가운데 경북이 소형모듈원전(SMR경주)과 원자력 수소(울진) 등 3개의 후보지로 지정됐다. 수소전기차가 이미 운행되는 시대지만 그린수소(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그 전기를 원전의 잉여전력이나 SMR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울진과 경상북도의 계획이다. 지난 정권의 탈원전 정책으로 주춤했던 SMR 연구개발, 수소 산업 육성이 반도체 등 몇 개 품목에 좌지우지되는 수출구조를 바꿀지도 관심이다.

경상북도와 정부에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경북에는 최근 스스로 귀촌해 농업에 뛰어든 일단의 창업가들이 있다. 주로 40~50대인 이들의 도전정신은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과 다를 바 없다. 과잉 생산되는 쌀 대신 밀, 홉, 스마트팜 딸기 등 새로운 작목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전문지식과 어느 정도 축적한 자본으로 기존 농업을 제조, 수출, 관광 자원으로 바꾸고 있다. 하지만 이들도 스타트업인 이상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겪고 있다. 40~50대 창업가에게는 청년 창업가에게 넘쳐나는 벤처육성 정책이 미치지 못한다. 10만 명(경북 1만 명)씩 유출되는 청년만 보지 말고 스스로 지방을 선택한 창업가들이 성공하도록 먼저 도와야 한다. 중앙지방협력회의 다음 테이블에 이런 정책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