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을 농업 실리콘밸리로"…귀촌·창업 40대 부부 맹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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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전자·무역업계 출신
IT·국제 마케팅 능력 접목
농업을 관광·수출산업으로 키워
'홉이든' 장소영·김정원 부부
국내서 명맥 끊긴 맥주 홉 생산
'맥주도시 의성' 만들기 꿈 실현
'밀과노닐다' 박성호·김선영 부부
스페인풍 숙박시설 관광객 북적
밀증류주 '진맥소주'도 큰 인기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부부
국내 최대 딸기 스마트팜 운영
수출산업으로 육성 적극 나서
IT·국제 마케팅 능력 접목
농업을 관광·수출산업으로 키워
'홉이든' 장소영·김정원 부부
국내서 명맥 끊긴 맥주 홉 생산
'맥주도시 의성' 만들기 꿈 실현
'밀과노닐다' 박성호·김선영 부부
스페인풍 숙박시설 관광객 북적
밀증류주 '진맥소주'도 큰 인기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부부
국내 최대 딸기 스마트팜 운영
수출산업으로 육성 적극 나서
경북에 귀촌해 농업으로 창업한 기업가들의 활동이 최근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보기술(IT), 전자, 무역업계에 종사했던 40대 창업가들이 IT와 국제 마케팅 능력을 접목해 농업을 첨단과학이자 관광·수출산업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상태인 쌀 대신 밀, 홉, 딸기 등 새로운 작목에 도전하면서 농업 전환 모델로도 떠올랐다. 이들이 농업 혁신을 주도하며 경북을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년 전 의성에 귀촌해 국내에서는 명맥이 끊긴 맥주 홉(1만㎡)을 생산하는 ‘홉이든’의 장소영·김정원 부부는 16년간 무역업과 IT업계에 종사한 전문가 출신 창농 기업인이다. 이들이 정착한 서의성 지역은 1000㏊에 이르는 아름다운 들녘이 펼쳐진 경북 최대 평야 지대다. 장소영 대표의 꿈은 안계평야의 10%인 100㏊를 홉 밸리로 만드는 것이다. 부부는 6년간 열심히 사과대추를 생산해 번 돈을 홉 농장을 가꾸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맥주 도시 의성’은 단북면에 홉 농업 단지, 다인면에 수제맥주 생산과 가공단지, 안계면에 수제맥주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홉 농장을 비롯해 맥주보리 농장, 연구소, 리조트, 홉 가공처리 공장이 포함돼 있다. 서의성에서 가장 번화한 안계면에는 수제맥주 관광단지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제맥주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안계면의 호피홀리데이 같은 펍과 공방, 맛집, 양조장이 수제맥주 거리를 형성하고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는 수제맥주의 성지로 바뀔 전망이다. 장 대표는 “서의성 지역은 지금도 3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지만 신공항이 들어서면 중국 일본의 방문객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생산한 국산 홉은 국내 유일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수제맥주 브루어리 사이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산 홉으로 제조한 ‘의성라거’ ‘안계평야’ 등의 수제맥주는 생산 즉시 완판된다. 김정원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은 추정 수요량보다 15만5000t이 초과 생산되고 있다”며 “지난해 벼 재배면적 72만㏊ 중 1%인 7200㏊만 홉으로 전환하면 홉 생산량 세계 3위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홉은 맥주 재료인 비터홉뿐만 아니라 바이오식품과 의약품, 향 산업의 원료인 아로마 홉으로도 재배되고 있다”며 “미국은 아로마 홉으로 홉의 강국인 유럽 국가를 제치고 세계 1위 홉 생산 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홉 생산에 동참하려는 의성 농민들과 국산 홉을 사랑하는 양조장, 펍 운영자, 수제맥주 애호가들과 함께 국내 홉농업과 수제맥주 산업을 일으켜 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밀과노닐다’의 박성호·김선영 대표 부부도 함께 IT 기업을 10년간 운영하다가 2007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맹개마을에 정착했다. 10만㎡의 밀 농사를 짓고 6만㎡ 규모로 스페인 기와를 얹은 특색 있는 갤러리와 숙박시설(7개)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 관광객만 연간 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방을 예약하려면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말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다녀간 뒤 더 유명해져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의 예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2019년부터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밀증류주 ‘진맥소주’로 글로벌 위스키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진맥소주 53도는 ‘더블골드’를, 진맥소주 40도는 ‘골드’ 메달을 수상했다.
김선영 대표는 “500mL 한 병당 23만원에 판매하는 캐스크스트렝스(물을 타지 않은 원액) 버전은 한 번에 100병을 생산하는데 하루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면세점, 항공사 등에서 납품, 계약생산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생산량이 모자라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박성호 대표는 “생산량을 10배로 늘려 5년 후 매출 100억원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전통 농업에서 관광, 제조, 수출산업까지 확장한 혁신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2만㎡의 딸기 스마트팜 등 3만㎡ 규모 딸기 농사를 짓는 상주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부부도 각각 LG전자와 삼성전자(19년 근무) 부장 출신이다. 스마트팜 모델을 청년들과 네트워크화해 동남아시아를 상대로 한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귀촌 후 10년간 농업 기술을 익힌 뒤 부부의 전문영역인 신사업기획과 해외 마케팅을 접목했다. 연간 10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박홍희 대표는 “딸기는 항공 물류로 동남아 시장까지 이틀 안에 보낼 수 있는 수출 유망 품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에게만 집중된 창농 정책을 40~50대로 확대하는 정부의 농업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들 창업가의 도전정신이 경북을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있다”며 “대구경북신공항이 개항하면 농식품 수출 해외 관광객 유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는 경북농업기술원에 농업 테크노파크 기능을 신설해 창농기업의 글로벌 기업화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안동·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6년 전 의성에 귀촌해 국내에서는 명맥이 끊긴 맥주 홉(1만㎡)을 생산하는 ‘홉이든’의 장소영·김정원 부부는 16년간 무역업과 IT업계에 종사한 전문가 출신 창농 기업인이다. 이들이 정착한 서의성 지역은 1000㏊에 이르는 아름다운 들녘이 펼쳐진 경북 최대 평야 지대다. 장소영 대표의 꿈은 안계평야의 10%인 100㏊를 홉 밸리로 만드는 것이다. 부부는 6년간 열심히 사과대추를 생산해 번 돈을 홉 농장을 가꾸는 데 재투자하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맥주 도시 의성’은 단북면에 홉 농업 단지, 다인면에 수제맥주 생산과 가공단지, 안계면에 수제맥주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홉 농장을 비롯해 맥주보리 농장, 연구소, 리조트, 홉 가공처리 공장이 포함돼 있다. 서의성에서 가장 번화한 안계면에는 수제맥주 관광단지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수제맥주 관광단지가 조성되면 안계면의 호피홀리데이 같은 펍과 공방, 맛집, 양조장이 수제맥주 거리를 형성하고 각종 페스티벌이 열리는 수제맥주의 성지로 바뀔 전망이다. 장 대표는 “서의성 지역은 지금도 3시간이면 전국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지만 신공항이 들어서면 중국 일본의 방문객도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이 생산한 국산 홉은 국내 유일이라는 희소성 때문에 수제맥주 브루어리 사이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국산 홉으로 제조한 ‘의성라거’ ‘안계평야’ 등의 수제맥주는 생산 즉시 완판된다. 김정원 대표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쌀은 추정 수요량보다 15만5000t이 초과 생산되고 있다”며 “지난해 벼 재배면적 72만㏊ 중 1%인 7200㏊만 홉으로 전환하면 홉 생산량 세계 3위 국가로 올라설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홉은 맥주 재료인 비터홉뿐만 아니라 바이오식품과 의약품, 향 산업의 원료인 아로마 홉으로도 재배되고 있다”며 “미국은 아로마 홉으로 홉의 강국인 유럽 국가를 제치고 세계 1위 홉 생산 국가가 됐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홉 생산에 동참하려는 의성 농민들과 국산 홉을 사랑하는 양조장, 펍 운영자, 수제맥주 애호가들과 함께 국내 홉농업과 수제맥주 산업을 일으켜 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밀과노닐다’의 박성호·김선영 대표 부부도 함께 IT 기업을 10년간 운영하다가 2007년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맹개마을에 정착했다. 10만㎡의 밀 농사를 짓고 6만㎡ 규모로 스페인 기와를 얹은 특색 있는 갤러리와 숙박시설(7개)을 운영하고 있다. 유료 관광객만 연간 1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 방을 예약하려면 3~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지난해 말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다녀간 뒤 더 유명해져 국내는 물론 해외 관광객의 예약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2019년부터는 오크통에서 숙성한 밀증류주 ‘진맥소주’로 글로벌 위스키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진맥소주 53도는 ‘더블골드’를, 진맥소주 40도는 ‘골드’ 메달을 수상했다.
김선영 대표는 “500mL 한 병당 23만원에 판매하는 캐스크스트렝스(물을 타지 않은 원액) 버전은 한 번에 100병을 생산하는데 하루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면세점, 항공사 등에서 납품, 계약생산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생산량이 모자라 대응하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매출 10억원을 기록했다. 박성호 대표는 “생산량을 10배로 늘려 5년 후 매출 100억원을 넘기겠다”고 말했다. 전통 농업에서 관광, 제조, 수출산업까지 확장한 혁신 기업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큰 2만㎡의 딸기 스마트팜 등 3만㎡ 규모 딸기 농사를 짓는 상주 ‘우공의딸기’ 박홍희·곽연미 부부도 각각 LG전자와 삼성전자(19년 근무) 부장 출신이다. 스마트팜 모델을 청년들과 네트워크화해 동남아시아를 상대로 한 수출산업으로 육성한다는 꿈을 실현하고 있다.
귀촌 후 10년간 농업 기술을 익힌 뒤 부부의 전문영역인 신사업기획과 해외 마케팅을 접목했다. 연간 10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박홍희 대표는 “딸기는 항공 물류로 동남아 시장까지 이틀 안에 보낼 수 있는 수출 유망 품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년에게만 집중된 창농 정책을 40~50대로 확대하는 정부의 농업정책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들 창업가의 도전정신이 경북을 ‘농업의 실리콘밸리’로 바꾸고 있다”며 “대구경북신공항이 개항하면 농식품 수출 해외 관광객 유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경상북도는 경북농업기술원에 농업 테크노파크 기능을 신설해 창농기업의 글로벌 기업화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안동·상주=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