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부한 스포츠 영화 패턴인데 왠지 신선한 '리바운드' [영화 리뷰]
올해 상반기 스크린은 스포츠 영화들이 채우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열풍이 극장가를 휩쓸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고교 복싱부 감독 이야기 ‘카운트’도 상영됐다. 고교 농구팀을 다룬 ‘리바운드’와 홈리스 월드컵 도전기 ‘드림’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승부의 세계는 감동과 희열을 선사한다. 스포츠가 단골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이유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장항준 감독의 ‘리바운드’는 스포츠 영화의 숙명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작품이다. 스포츠 영화 고유의 패턴을 따르면서도 진부하다는 인상을 막아냈다.

스포츠를 각본없는 드라마라고 부르지만 스포츠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불가능한 승리를 쟁취한다’는 식으로 서사 구조가 비슷비슷하다. ‘리바운드’는 기시감이 드는 설정과 장면들은 최소화하고, 스포츠 영화의 핵심인 경기 자체에 집중해 긴장감도 극대화한다. 농구부 선수들의 훈련 모습과 경기 장면 등도 실감나게 재현했다.

영화는 장 감독이 ‘기억의 밤’(2017)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수리남’의 권성휘 작가, 장 감독의 아내이자 ‘시그널’ ‘킹덤’ 등을 쓴 김은희 작가가 함께 대본을 집필했다. ‘리바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발군의 성적으로 거둔 ‘최약체’ 부산 중앙고의 농구부 이야기를 그렸다. 교체선수도 없이 오로지 6명의 선수만으로 결승전에까지 올랐다.

‘리바운드’도 초반엔 다른 스포츠 영화와 비슷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중앙고에 새롭게 부임한 젊은 코치 강양현(안재홍 분)은 학교의 부실한 지원 속에서도 선수단을 꾸린다. 하지만 강 코치는 이기려는 의욕만 앞세우며 잘못된 전략을 짠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두 선수의 갈등도 불거진다.
진부한 스포츠 영화 패턴인데 왠지 신선한 '리바운드' [영화 리뷰]
다만 좌절과 갈등을 길게 끌고 가지 않는다.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한번 기회를 얻는 ‘리바운드’라는 제목처럼,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모습에 주력한다. 무엇보다 전국 고교농구대회 첫 예선 경기부터 결승전까지의 과정을 밀도 높게 담아낸다.

장면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컷으로 영상을 담아내는 롱테이크 기법은 관객들이 선수들 곁에 서서 경기를 관람하는 하는 느낌이 들도록 해줬다. 경기 해설도 적절히 섞이면서 시합을 중간중간 보는 데도 내용을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배우들의 노력도 읽을 수 있다. 장항준 감독은 농구 선수를 연기할 배우들을 캐스팅하기 위해 약 500명을 대상으로 체육관 오디션을 봤다. 출연이 확정된 배우들은 수개월간 농구를 연습하며 합을 맞췄다. 강 코치 역을 맡은 안재홍 배우도 중심을 잘 잡고 극을 이끌어간다. 초반엔 특유의 코믹한 매력을 발산하고, 이후엔 선수들을 이끌고 보듬는 따뜻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결말에서 실존 인물과 각 캐릭터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는 설정도 인상적이다. 특히 실제 강 코치의 모습과 안재홍이 연기한 배역이 너무 닮아 깜짝 놀라게 된다. 천덕꾸러기 농구팀이 이뤄낸 기적 같은 결과가 실제 이야기라는 점을 상기시켜주는 방식도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