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자사주 매입해 대주주에 매각?…한샘 소액주주 '반발'
한샘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가 회사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를 상대적으로 싼값에 매입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배당이나 투자에 써야 할 회사 잉여금이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지분 확대에 쓰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샘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IMM PE는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한샘의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혔다.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늘리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공개매수에 회사 법인이 보유한 자사주가 포함된 점이다. 한샘 이사회는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90만9091주를 IMM PE에 주당 5만5000원에 넘기기로 했는데, 이 주식들의 과거 매입 평균 단가는 7만7000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샘 소액주주들은 결과적으로 한샘이 잉여금으로 주당 7만7000원에 자사주를 매입한 뒤, 대주주에게 주당 5만5000원에 넘긴 결과가 됐다고 비판한다. 지난해 상반기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뒤 1년도 안되서 대주주에게 지분을 넘긴 것을 두고 이미 계획된 게 아니냐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1월부터 6월 사이 세차례에 걸쳐 140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한 바 있다. 한샘 소액주주연대는 한샘 이사회를 업무상 배임으로 고소·고발할 수 있는지 법률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한샘의 주가는 지난 2일 공개매수 공시후 22% 가량 급등해 5만4700원까지 급등했다가, 논란을 겪으며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은 전날에 비해 1% 오른 5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증권가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한샘과 관련 '지배구조 개선이 점점 더 멀어져간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증권사가 기업과 대주주를 직접적으로 비판한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연구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만해도 주주환원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했다가 불과 몇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자사주를 대주주에게 처분했다"며 "지배 주주의 비용이 아니라 배당 가능 이익을 바탕으로 취득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한샘 측은 대주주의 이번 공개매수는 업무상 배임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의 자금 조달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평균 매입 단가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 상반기 매입한 주식만 볼게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전체의 평균 단가를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샘이 지금까지 매입한 자사주 전체(약 768만 주)의 평균 매입가는 3만7700원이다.

회사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도 갈등을 키우는 요소가 됐다는 분석이다. 한샘은 2002년 상장 이래 지난해 첫 적자를 냈다. 적자를 이유로 지난해 4분기에는 배당을 아예 하지 않았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