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 금융지주회사 주가가 ‘역대급 저평가 상태’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나올 만한 악재는 모두 다 반영된 상태여서 주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는 얘기다. 다만 단기간에 바닥을 치고 반등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주 역대급 저평가…나올 악재 다 나왔다"
29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주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8~0.38배를 기록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증시가 폭락한 2020년 3월과 비슷한 수준이다. 중소기업 대출이 많은 기업은행의 PBR은 0.26배에 그쳤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값으로,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의미로 통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은행주의 PBR은 역사적 하단 수준”이라며 “사실상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악재가 주가에 영향을 미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장 금융회사 주가를 종합해 보여주는 KRX 은행지수는 최근 한 달 동안 7.19% 하락했다.

국내 대형 은행은 미국과 같은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나 부실화 가능성이 작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 평가다. 그런데도 주가가 약세인 것은 경기 침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은행주의 주가 부진이 근본적으로 개선되려면 경기·부동산 침체와 건전성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높아져 일단 국내외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4대 금융지주가 올초 약속한 주주환원 방침이 조기 시행되면 주가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연구원은 “현재 주가를 보면 투자자들은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런 환경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방침이 발표되면 주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데 이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추가 자본 확충 등을 요구하는 점이 변수다. 은행의 주주환원 여력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극단적으로 낮아진 PBR과 높은 배당수익률 등은 매력적이지만 은행주의 가장 중요한 투자 포인트인 주주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연체율 상승 추세가 굳어진 점 등까지 감안하면 은행 업종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