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건의 아동 성범죄 소송에 직면한 미국 보이스카우트연맹(BSA)이 파산은 면하게 됐다.

28일(현지시간) NBC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미국 법원이 BSA의 파산 보호 계획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델라웨어주 연방지방법원은 BSA가 2020년 연방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라 제기한 파산 보호 신청을 승인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으로 BSA는 계속 보이스카우트를 운영할 수 있게 됐지만, BSA는 현재 어린 시절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면서 성범죄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수만 명의 배상 요구에 직면한 처지다.

챕터 11은 기업이 파산을 막기 위해 법원에 보호를 요청하고, 법원의 승인을 받은 구조조정안 하에 기업을 정상화하는 절차다. 한국의 법정관리와 비슷하지만, 기업 대표가 경영권을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앞서 2019년 미국에서는 1944년부터 72년간 보이스카우트 내에서 아동 단원을 대상으로 성범죄가 만연했다는 법정 증언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이후 지금까지 8만명 이상이 보이스카우트 활동 당시 성범죄를 당했다고 주장했고, BSA는 수백 건에 달하는 아동 성범죄 관련 소송에 휘말렸다.

BSA는 이 같은 소송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2020년 2월 파산 보호 신청서를 제출했고, 델라웨어 연방법원이 이날 24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BSA 구조조정안을 허가하면서 파산 보호 결정을 내린 것이다.

BSA는 성명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파산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 "스카우트의 사명이 미래 세대를 위해 보존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고 밝혔다.

반면, 일각에서는 BSA가 파산보호를 통해 즉각적인 청산을 면하게 되면서 성범죄 피해자들의 배상금 청구 등 권리 행사를 부당하게 막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