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위기 끝, 긴축도 끝…기술주 랠리, "은행 혼란은 숨겨진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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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부터 닷새째 은행과 관련된 불안한 뉴스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29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의 투자자들은 참아오던 축포를 터트렸습니다.
1% 안팎의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한 주요 지수는 종일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0%, S&P500 지수는 1.42% 올랐고 나스닥은 1.79%나 상승했습니다. 하루 가장 높은 수준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 지수는 다시 50일 이동평균선(4012)을 돌파했고, 나스닥은 지난 12월 저점(10671)에서 다시 20% 이상 반등했습니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전략가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태로 연착륙 경로가 좁아졌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미니 은행 위기가 '숨겨진 축복'(a blessing in disguise)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더 늦기 전에 끝내게 만들어 과도한 긴축을 방지하고 경제를 광범위한 경기 침체에 빠뜨리는 것을 방지할 것이다. 신용여건이 긴축되고 경기 둔화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깊은 불황을 만들 정도로 극적으로 긴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일련의 은행 혼란이 2008년과 같은 시스템적 위기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34년 이후 딱 세 번밖에 없었다.
▶지역은행의 대출 축소는 상업용 부동산 및 건축 시장으로의 자금 흐름을 감소시켜 일자리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얕고 짧을 것으로 예상한다. Fed가 긴축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고 역사는 그럴 때 종종 빠르게 완화로 돌아선다는 걸 알려준다. 은행 혼란은 안정화될 것이고 이번에 침체가 와도 2008년과 달리 부드러울 것으로 예상할 좋은 이유가 있다.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내면 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특히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Fed가 공식적으로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르고 은행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두 가지 조건이 이뤄지면 시장은 경제의 회복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 상당수 투자자는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듯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은행 대출 축소에 따른 완만한 경기 침체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덜해지는 것을 본 Fed는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이게 궁극적으로 지속할 인플레이션에 다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식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서서히 사라질 문제로 보고 계속해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도 오늘 증시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이번 주 들어 은행 위기가 잠잠해지면서 이틀간 큰 폭으로 반등했던 금리는 오늘 상승하긴 했으나, 그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7bp 오른 4.088%, 10년물은 0.7bp 상승한 3.573%를 기록했습니다. 케빈 헌 공화당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과 만났는데 올해 몇 차례 추가 인상이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점도표를 가리키며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라고 밝힌 게 금리 안정에 일부 도움이 됐습니다. Fed는 지난 22일 공개한 점도표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비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전략가는 "중요한 점은 금리가 진정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금리가 무너진 시기를 통과했고 빠르게 반등했다. 지금은 더 정상화된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분할 계획 발표를 계기로 기술주가 폭등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 단속을 끝내는 것이란 신호로 풀이됐으니까요. 알리바바가 이런 중대한 결정을 정부 허락 없이 발표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술기업 단속은 알리바바의 마윈이 정부를 비판한 뒤 시작됐습니다. 그런 마윈은 지난 27일 1년여 만에 중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베이징의 기술기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텐센트, 징둥닷컴 등도 알리바바처럼 분할 등을 통한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유럽에서는 UBS가 세르지오 에르모티 현 스위스리 회장을 새로운 CEO로 영입한 게 좋게 평가되면서 유럽 은행주가 일제히 올랐습니다. 에르모티는 2011~2020년까지 UBS CEO를 맡아 UBS의 구조조정을 이끈 사람입니다. 메릴린치 출신으로 투자은행 사업을 했던 그가 소매금융 전문가인 랄프 해머스 현 CEO보다 크레디스위스 인수에 적임자라고 평가된 것이죠. 갑작스러운 CEO 교체에 스위스 당국 지원설(해머스는 네덜란드인, 에르모티는 스위스인) 등이 나돌긴 했지만 어쨌든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스위스 증시에서 UBS 주가는 4% 상승했습니다.
뉴욕 증시에서도 기술주와 은행주가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아마존 3.10% △메타 2.33% △엔비디아 2.17% △애플 1.98% △마이크로소프트 1.92% 등 빅테크가 또다시 달렸고, 반도체주가 가세했습니다. 인텔은 새로운 첨단 칩을 장착한 서버 신제품이 예상보다 빠른 2024년 상반기 출시될 것이라고 밝힌 뒤 7.61% 폭등했고, 전날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도 7.19% 급등했습니다. 실적은 엉망이었지만,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밝힌 게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AI 확산에 따른 성장이 초기 단계라는 낙관적 전망도 상승세를 부추겼습니다. 위기 완화 조짐에 은행주도 폭등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5.63% 올랐고 △웨스턴 얼라이언스 6.62% △커스토머스 뱅코프 4.14% 등 지역은행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웰스파고 2.13% △뱅크오브아메리카 1.96% 등 대형 은행 주가도 상당폭 상승했습니다.
에너지주도 폭등했습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높이는 댓가로 에너지 채굴과 시추 허가를 확대하고 신속히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부채한도 법안에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조치"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매력적인 거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전이설에 움츠렸던 부동산 주식도 급등했습니다.
이런 흥분된 금융시장 분위기는 변동성지수(VIX)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은행 혼란 발생 직후 30을 넘었던 VIX는 오늘 4% 하락해 19.12를 기록했습니다. 약 한 달 만에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가 안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준입니다. 기술주 상승세는 무섭습니다. 존스트레이딩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3.4% 상승했는데 △애플(+22%)과 △마이크로소프트(+15%) △아마존(+16%) △알파벳(+14%) △메타(+67%) △엔비디아(+80%) △테슬라(+53%) 등 7개 빅테크 상승 폭을 따지면 5% 올랐어야 합니다. 즉 이들 주식을 뺀 나머지 493개 주식은 합쳐서 S&P500 지수에 마이너스 이바지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기술주 리더십이 다시 돌아왔다"(뱅크오브아메리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시장의 폭이 너무 좁다(야데니 리서치)는 얘기가 많습니다. 시장이 폭이 좁다는 것은 시장 전반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술주 홀로 독주하다 보니 그렇지요. 챗GPT 열풍도 이런 기술주 급등에 상당한 이바지했을 것입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전략가는 "우리는 생성형 AI의 파괴적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100억 달러짜리 투자가 시가총액 수조 달러 규모의 회사 주가를 얼마나 움직이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CNBC가 오늘 투자자 대상으로 트위터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술주 랠리가 사그라들 때인가"라는 질문에 50.7%가 "그렇다", 49.3%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은행 위기, 상업용 부동산 위기 등에 대해선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요? BCA 리서치는 이와 관련, 몇몇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터지나?
=예금 유출 위기에 처한 중소 은행이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80%, 2조3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음 '걱정의 벽'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인해 다음 은행 혼란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축소하면서 사무용 빌딩의 공실률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 빌딩주들이 은행 대출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가치 하락은 현재로서는 장부상 손실일 뿐이며 은행이 이 포트폴리오를 강제 청산하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세 번째, 많은 상업용 건물의 가치가 높은 금리, 공실률 증가 등으로 하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기지 대출 규모보다는 더 가치가 높다. 투자자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주시해야 하지만 아직 당황할 필요는 없다. ▶Fed의 은행 유동성 지원은 양적 완화(QE)인가, 아닌가?
=Fed의 대차대조표는 3월 8~22일 사이에 3920억 달러가 증가했다. Fed가 양적 긴축(QT)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전까지 감축했던 자산의 69%를 다시 푼 것이다. Fed의 대차대조표 증가는 전반적인 은행 지급준비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QE와 유사하다. 하지만 최근의 유동성 공급은 채권 매입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QE와는 다르다. Fed의 채권 보유액은 지난 2주 동안 계속 감소했다. 대신 Fed의 재할인 창구와 새로 설치한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를 통해 은행에 직접 대출했다. Fed는 또 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화된 은행을 정리하기 위해 세운 가교 은행에 1800억 달러를 빌려줬다.
또 다른 지역은행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다면, 은행 준비금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은행이 실패하거나 BTFP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 은행 준비금은 더 늘어날 것이다. 예금이 중소 은행에서 계속 빠져나간다면 유동성 지원은 더 많이 이뤄질 것이고 결국 Fed는 전체 은행 시스템에서 지급준비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 감축, 즉 QT를 끝낼 수 있다고 본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긴축의 '길고 불확실한 시차'(long and variable lag)는 언제 영향을 미치나?
=과거 긴축 주기를 살펴보면 현재 노동시장의 강세는 드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통상 Fed의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업률은 평균 9개월(3~16개월)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의 3.4% 실업률이 이번 주기의 바닥이라면(2월 3.6%), 그 저점은 역사적 평균보다 한 달 늦게 찍혔다.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증가하면 항상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1월과 2월 사이에 실업률이 0.2%포인트 증가했다는 건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의미할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실업률이 저점에서 0.5%포인트 상승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약 2년 반이 걸렸다. 이게 맞다면 실업률의 급증은 빨라도 2024년까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시차는 공격적이던 금리 인상기(1980, 1972, 1977)에는 상당히 짧았다. 현재 긴축 주기가 역사상 두 번째로 공격적인 만큼 이번에도 시차가 평균보다 짧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데이터는 엇갈렸습니다. 2월 잠정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0.8%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 예상(3.0% 감소)을 상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1.1% 적은 수준입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1년 가까이 이어진 주택 부문의 위축이 끝나가고 있다. 기존주택 매매, 잠정 판매 등이 어려운 시기를 지났고 지난 석 달 동안 회복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모기지 금리가 현재 6.5% 이상에서 연말까지 5.2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기지 금리가 6% 아래로 떨어지면 주택 수요가 매우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낮은 주택 재고는 긍정적이다. 시장에는 많은 억눌린 수요가 있다. 가계 소득이 연 15만 달러 이상인 임차인이 300만 명(연간 주택 완공 건수는 130만 개) 있으며, 향후 5~10년 동안 주택 시장에 진입할 밀레니엄 세대는 5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비는 약간 둔화할 조짐을 보입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들이 잉여저축 감소로 점점 더 신용(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자금원으로서 대출은 저축을 추월할 것이다. 게다가 은행 위기의 여파로 대출은 더 비싸지고 접근하기 더 어려워지기 쉽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비자카드의 지출 모멘텀 지수(소비 지출의 상승, 하락 등 모멘텀을 추적)는 지난 2월 지수는 98.0으로 1월 100.8보다 2.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이번 사태로 연착륙 경로가 좁아졌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미니 은행 위기가 '숨겨진 축복'(a blessing in disguise)으로 판명될 수 있다고 믿는다. 미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상을 더 늦기 전에 끝내게 만들어 과도한 긴축을 방지하고 경제를 광범위한 경기 침체에 빠뜨리는 것을 방지할 것이다. 신용여건이 긴축되고 경기 둔화를 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깊은 불황을 만들 정도로 극적으로 긴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한다.
▶일련의 은행 혼란이 2008년과 같은 시스템적 위기를 나타내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1934년 이후 딱 세 번밖에 없었다.
▶지역은행의 대출 축소는 상업용 부동산 및 건축 시장으로의 자금 흐름을 감소시켜 일자리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 경기 침체가 나타날 수 있지만, 얕고 짧을 것으로 예상한다. Fed가 긴축을 끝낼 준비가 되어 있고 역사는 그럴 때 종종 빠르게 완화로 돌아선다는 걸 알려준다. 은행 혼란은 안정화될 것이고 이번에 침체가 와도 2008년과 달리 부드러울 것으로 예상할 좋은 이유가 있다.
▶Fed가 금리 인상을 끝내면 시장 여건이 개선되고 특히 변동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Fed가 공식적으로 일시 중지 버튼을 누르고 은행 스트레스가 낮아지는 두 가지 조건이 이뤄지면 시장은 경제의 회복을 반영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오늘 상당수 투자자는 이런 의견에 동조하는 듯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시장은 은행 대출 축소에 따른 완만한 경기 침체가 인플레이션을 낮출 것으로 본다. 인플레이션 문제가 덜해지는 것을 본 Fed는 예상보다 더 빨리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 이게 궁극적으로 지속할 인플레이션에 다시 연료를 공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주식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서서히 사라질 문제로 보고 계속해서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채권 시장에서 금리가 안정된 모습을 보인 것도 오늘 증시 상승세를 지원했습니다. 이번 주 들어 은행 위기가 잠잠해지면서 이틀간 큰 폭으로 반등했던 금리는 오늘 상승하긴 했으나, 그 폭은 크지 않았습니다. 오후 4시께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1.7bp 오른 4.088%, 10년물은 0.7bp 상승한 3.573%를 기록했습니다. 케빈 헌 공화당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파월 의장과 만났는데 올해 몇 차례 추가 인상이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점도표를 가리키며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라고 밝힌 게 금리 안정에 일부 도움이 됐습니다. Fed는 지난 22일 공개한 점도표를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비라일리 웰스 매니지먼트의 아트 호건 전략가는 "중요한 점은 금리가 진정됐다는 것이다. 우리는 금리가 무너진 시기를 통과했고 빠르게 반등했다. 지금은 더 정상화된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알리바바의 분할 계획 발표를 계기로 기술주가 폭등한 것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중국 정부가 기술기업 단속을 끝내는 것이란 신호로 풀이됐으니까요. 알리바바가 이런 중대한 결정을 정부 허락 없이 발표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기술기업 단속은 알리바바의 마윈이 정부를 비판한 뒤 시작됐습니다. 그런 마윈은 지난 27일 1년여 만에 중국으로 귀국했습니다. 에버코어ISI는 "베이징의 기술기업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텐센트, 징둥닷컴 등도 알리바바처럼 분할 등을 통한 사업재편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유럽에서는 UBS가 세르지오 에르모티 현 스위스리 회장을 새로운 CEO로 영입한 게 좋게 평가되면서 유럽 은행주가 일제히 올랐습니다. 에르모티는 2011~2020년까지 UBS CEO를 맡아 UBS의 구조조정을 이끈 사람입니다. 메릴린치 출신으로 투자은행 사업을 했던 그가 소매금융 전문가인 랄프 해머스 현 CEO보다 크레디스위스 인수에 적임자라고 평가된 것이죠. 갑작스러운 CEO 교체에 스위스 당국 지원설(해머스는 네덜란드인, 에르모티는 스위스인) 등이 나돌긴 했지만 어쨌든 투자자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스위스 증시에서 UBS 주가는 4% 상승했습니다.
뉴욕 증시에서도 기술주와 은행주가 상승세를 이끌었습니다. △아마존 3.10% △메타 2.33% △엔비디아 2.17% △애플 1.98% △마이크로소프트 1.92% 등 빅테크가 또다시 달렸고, 반도체주가 가세했습니다. 인텔은 새로운 첨단 칩을 장착한 서버 신제품이 예상보다 빠른 2024년 상반기 출시될 것이라고 밝힌 뒤 7.61% 폭등했고, 전날 실적을 발표한 마이크론도 7.19% 급등했습니다. 실적은 엉망이었지만, 업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고 밝힌 게 긍정적으로 평가됐습니다. AI 확산에 따른 성장이 초기 단계라는 낙관적 전망도 상승세를 부추겼습니다. 위기 완화 조짐에 은행주도 폭등했습니다. 퍼스트 리퍼블릭 주가는 5.63% 올랐고 △웨스턴 얼라이언스 6.62% △커스토머스 뱅코프 4.14% 등 지역은행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습니다. △웰스파고 2.13% △뱅크오브아메리카 1.96% 등 대형 은행 주가도 상당폭 상승했습니다.
에너지주도 폭등했습니다. 블룸버그는 “공화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를 높이는 댓가로 에너지 채굴과 시추 허가를 확대하고 신속히 허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이 백악관에 서한을 보내 부채한도 법안에 "에너지 비용을 낮추고 미국의 에너지 자립화를 위한 조치"를 추가할 것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가격 하락은 재선을 노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득이 될 수 있어 양쪽 모두에게 매력적인 거래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전이설에 움츠렸던 부동산 주식도 급등했습니다.
이런 흥분된 금융시장 분위기는 변동성지수(VIX)에서 알 수 있습니다. 은행 혼란 발생 직후 30을 넘었던 VIX는 오늘 4% 하락해 19.12를 기록했습니다. 약 한 달 만에 2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투자자가 안주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수준입니다. 기술주 상승세는 무섭습니다. 존스트레이딩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3.4% 상승했는데 △애플(+22%)과 △마이크로소프트(+15%) △아마존(+16%) △알파벳(+14%) △메타(+67%) △엔비디아(+80%) △테슬라(+53%) 등 7개 빅테크 상승 폭을 따지면 5% 올랐어야 합니다. 즉 이들 주식을 뺀 나머지 493개 주식은 합쳐서 S&P500 지수에 마이너스 이바지했다는 얘기입니다. 월가에서는 "기술주 리더십이 다시 돌아왔다"(뱅크오브아메리카)라는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시장의 폭이 너무 좁다(야데니 리서치)는 얘기가 많습니다. 시장이 폭이 좁다는 것은 시장 전반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기술주 홀로 독주하다 보니 그렇지요. 챗GPT 열풍도 이런 기술주 급등에 상당한 이바지했을 것입니다. 존스트레이딩의 마이크 오루크 전략가는 "우리는 생성형 AI의 파괴적 중요성에 동의하지만, 100억 달러짜리 투자가 시가총액 수조 달러 규모의 회사 주가를 얼마나 움직이는 게 맞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CNBC가 오늘 투자자 대상으로 트위터 설문조사를 했는데, "기술주 랠리가 사그라들 때인가"라는 질문에 50.7%가 "그렇다", 49.3%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은행 위기, 상업용 부동산 위기 등에 대해선 이제 안심해도 되는 것일까요? BCA 리서치는 이와 관련, 몇몇 보고서를 내놓았습니다.
▶상업용 부동산 위기 터지나?
=예금 유출 위기에 처한 중소 은행이 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약 80%, 2조3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다음 '걱정의 벽'으로 부상했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문제로 인해 다음 은행 혼란이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첫 번째, 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축소하면서 사무용 빌딩의 공실률이 다시 감소하고 있다. 빌딩주들이 은행 대출금과 이자를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가치 하락은 현재로서는 장부상 손실일 뿐이며 은행이 이 포트폴리오를 강제 청산하지 않는 한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세 번째, 많은 상업용 건물의 가치가 높은 금리, 공실률 증가 등으로 하락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모기지 대출 규모보다는 더 가치가 높다. 투자자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을 주시해야 하지만 아직 당황할 필요는 없다. ▶Fed의 은행 유동성 지원은 양적 완화(QE)인가, 아닌가?
=Fed의 대차대조표는 3월 8~22일 사이에 3920억 달러가 증가했다. Fed가 양적 긴축(QT)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실리콘밸리 은행 사태 이전까지 감축했던 자산의 69%를 다시 푼 것이다. Fed의 대차대조표 증가는 전반적인 은행 지급준비금 공급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QE와 유사하다. 하지만 최근의 유동성 공급은 채권 매입에 의해 이뤄진 게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QE와는 다르다. Fed의 채권 보유액은 지난 2주 동안 계속 감소했다. 대신 Fed의 재할인 창구와 새로 설치한 은행기간펀딩프로그램(BTFP)를 통해 은행에 직접 대출했다. Fed는 또 예금보험공사(FDIC)가 부실화된 은행을 정리하기 위해 세운 가교 은행에 1800억 달러를 빌려줬다.
또 다른 지역은행들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다면, 은행 준비금은 앞으로 몇 주 안에 축소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더 많은 은행이 실패하거나 BTFP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 은행 준비금은 더 늘어날 것이다. 예금이 중소 은행에서 계속 빠져나간다면 유동성 지원은 더 많이 이뤄질 것이고 결국 Fed는 전체 은행 시스템에서 지급준비금이 고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 감축, 즉 QT를 끝낼 수 있다고 본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긴축의 '길고 불확실한 시차'(long and variable lag)는 언제 영향을 미치나?
=과거 긴축 주기를 살펴보면 현재 노동시장의 강세는 드문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통상 Fed의 첫 번째 금리 인상 이후에도 실업률은 평균 9개월(3~16개월) 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1월의 3.4% 실업률이 이번 주기의 바닥이라면(2월 3.6%), 그 저점은 역사적 평균보다 한 달 늦게 찍혔다. 과거 실업률이 0.5%포인트 증가하면 항상 경기 침체가 나타났다. 1월과 2월 사이에 실업률이 0.2%포인트 증가했다는 건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의미할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실업률이 저점에서 0.5%포인트 상승하는 데는 평균적으로 Fed의 첫 금리 인상 이후 약 2년 반이 걸렸다. 이게 맞다면 실업률의 급증은 빨라도 2024년까지 발생하지 않을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 시차는 공격적이던 금리 인상기(1980, 1972, 1977)에는 상당히 짧았다. 현재 긴축 주기가 역사상 두 번째로 공격적인 만큼 이번에도 시차가 평균보다 짧을 가능성이 있다.
경제 데이터는 엇갈렸습니다. 2월 잠정주택 판매는 전달보다 0.8% 증가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월가 예상(3.0% 감소)을 상회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1.1% 적은 수준입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1년 가까이 이어진 주택 부문의 위축이 끝나가고 있다. 기존주택 매매, 잠정 판매 등이 어려운 시기를 지났고 지난 석 달 동안 회복됐다"라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모기지 금리가 현재 6.5% 이상에서 연말까지 5.25%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모기지 금리가 6% 아래로 떨어지면 주택 수요가 매우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낮은 주택 재고는 긍정적이다. 시장에는 많은 억눌린 수요가 있다. 가계 소득이 연 15만 달러 이상인 임차인이 300만 명(연간 주택 완공 건수는 130만 개) 있으며, 향후 5~10년 동안 주택 시장에 진입할 밀레니엄 세대는 500만 명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소비는 약간 둔화할 조짐을 보입니다. 웰스파고는 "소비자들이 잉여저축 감소로 점점 더 신용(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달 안에 자금원으로서 대출은 저축을 추월할 것이다. 게다가 은행 위기의 여파로 대출은 더 비싸지고 접근하기 더 어려워지기 쉽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비자카드의 지출 모멘텀 지수(소비 지출의 상승, 하락 등 모멘텀을 추적)는 지난 2월 지수는 98.0으로 1월 100.8보다 2.8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