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불어닥친는 ‘챗GPT 태풍’에서 여행업계라고 빗겨나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오픈AI가 챗GPT를 이용한 호텔·항공권 예약 서비스를 선보여 여행업계가 온통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온라인여행사(OTA)가 적극적으로 AI 기술을 도입하는 가운데 중소 여행사가 존폐 기로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픈AI는 챗GPT에 적용 가능한 플러그인의 첫 버전을 지난 23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플러그인은 소프트웨어에 부가 기능을 적용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이다. 챗GPT 이용 중 소비자가 스위치를 켜고 끄듯 플러그인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게 가능하다.

오픈 AI는 첫 플러그인 버전 개발에서 협력한 11개 업체의 이름도 공개했다. 여기엔 OTA인 익스피디아, 항공편·숙박 예약업체인 카약, 식당 예약업체인 오픈테이블 같은 여행 관련사 3곳이 포함됐다.

오픈AI는 이 플러그인 서비스를 월 20달러에 구독하는 챗GPT 유료 버전과 함께 배포한 뒤 향후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출시일은 밝히지 않았다.

이 플러그인을 적용하면 소비자는 몇 차례 문답을 거쳐 여행업체의 데이터에 기반해 항공권, 숙소, 식당 등을 추천 받을 수 있다. 2021년 이전 자료만 활용할 수 있었던 기존 챗GPT의 한계도 뛰어넘었다.

몇 년 전부터 AI 기술 도입을 추진해왔던 익스피디아는 챗GPT와의 협력에 더 적극적이다. 미국 산업매체 포커스와이어에 따르면 익스피디아는 기존 웹사이트의 검색 기능에도 챗GPT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쟁사인 트립닷컴도 지난달 오픈AI의 언어 체계를 기반으로 자체 여행 상담용 챗봇 서비스를 출시했다. 경제전문매체 포브스는 “플러그인이 상용화되면 항공편, 숙박, 관광지 등을 추천 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며 “예약 선호도에 소비자 행동에 대한 AI의 학습 데이터가 쌓이면 추천도 더 정확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AI 기술 도입 경쟁에서 밀리기 쉬운 중소 여행사가 폐업 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컨설팅업체인 아웃사이드에이전트의 샤드 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챗GPT는 여행사의 인간 에이전트가 제공하는 정보의 70~80% 수준을 제공할 수 있다”며 “‘여행사의 끝이 머지 않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고 AI와 같은 신기술이 그러한 시대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여행업계가 챗GPT로 가짜 여행 정보를 대량으로 작성해 시장 신뢰도를 낮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