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만원 '롤렉스 서브마리너' 없어서 못 팔더니…'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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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 가격 30% 이상 하락…'리치세션' 시작된다
주식·부동산과 함께 경기변화의 ’바로미터‘ 불리는 롤렉스 샤넬 등 명품 브랜드의 가격 하락세가 올해 들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6월을 정점으로 롤렉스 등 명품 시계 가격은 30% 이상 하락했다. 부유층들이 소비를 줄이는 ‘리치세션’(리치+리세션)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3년 간 ‘명품의 힘’으로 성장한 백화점과 각종 고가 패션 브랜드, 리셀 플랫폼 등이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30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롤렉스코리아는 이달부터 연간 시계 구매 한도를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롤렉스의 비인기 제품의 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롤렉스 리셀(되팔이)가격은 지난해 판매가격의 2배 이상 거래되면서 매장 앞에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다.
‘버블’ 논란이 있었던 롤렉스 시계 가격은 최근 하락세다. 롤렉스 대표 시계인 ‘서브마리너 그린(스타벅스)’ 가격은 지난해 6월 3800만원대에서 최근 2000만원대에 하락 거래되고 있다. 고가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도 마찬가지다. 샤넬 등 대부분 명품은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만 네차례 가격을 올린 샤넬 핸드백은 중고명품매장에 매물이 넘쳐날 정도다.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하락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는 게 중고명품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견해다.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 등도 올해 시장 성장세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왔다. 최근 1~2월 매출 현황을 작년과 비교한 결과 5.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가격을 10% 이상 올린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한 셈이다.
백화점과 명품, 패션 기업들은 작년 12월부터 이런 움직임을 감지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층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하락으로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반적인 경기 부진 상황이라면 고소득층은 소비를 줄이지 않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실질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고소득층이 반도체와 IT,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에 종사하는 만큼 수출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연착륙이 어렵다”고 말했다.
30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중고 명품· 거리에서 만난 ‘L중고명품’ K대표의 설명이다. 웨딩시즌을 앞둔 3월은 이 일대의 성수기다.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롤렉스 시계와 샤넬 핸드백 등 고가 상품을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K대표도 “시계업 20년 하는 동안 그렇게 가격이 뛴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당수 중고명품 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매물이 수두룩하다
롤렉스, 샤넬 같은 최상위 명품 브랜드의 경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 초기인 작년 봄 “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란 관측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금세 회복했다. 이를 본 젊은 리셀러들 사이에선 ‘명품=불패’란 인식이 확산했다.
이런 마당에 롤렉스의 ‘간판’ ‘서브마리너 그린(스타벅스)’이 지난해 6월 3800만원대에서 최근 2000만원대로 50% 가까이 급락하고 하락세가 멈출 조짐이 안 보이자 명품업계와 리셀시장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롤렉스와 비슷한 급으로 분류되는 오데마피게도 ‘로열오크’ 제품이 8000만원에서 438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중고시장이 충격을 받자 ‘신상’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던 ‘오픈런’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유명 해외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7.2%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백화점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2022년까지 백화점 매출 확대를 주도하던 명품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급속 둔화하는 중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0% 이상으로 성장했던 백화점 3사 명품 부문은 올해 1~2월 매출 증가율이 5.8%로 뚝 떨어졌다.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써야 하는 가구, 가전 등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가구, 가전 매출은 지난 1~2월에 각각 전년 동기대비 3.9%, 3.8% 줄었다.
우수 개발자 입도선매를 위해 2020~2021년 임직원 연봉을 확 올렸던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게 소비둔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경우 사업보고서상 직원 평균 연봉이 2021년 1억2915만원으로, 전년 대비 26.0% 급등했다가 지난해엔 4.1% 오르는 데 그쳤다.
가구·가전 등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이사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드는 대신 오랫동안 사용하는 품목들이다.
올해 들어 해외여행이 급증한 건 젊은 부자들이 국내 소비를 확 줄이는 핵심요인으로 거론된다. 백화점에선 명품 수요가 쪼그라든 대신 여행용 캐리어 판매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3~4배 급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자들마저 씀씀이를 줄임에 따라 생활필수품과 신선식품을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는 트렌드가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끝판왕’이란 평가를 받는 다이소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동에 1~12층 연면적 1653㎡ 규모의 매장을 재개장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사정이 반전할 것이란 확신이 없어 부유층들도 쉽사리 소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오유림 기자
30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롤렉스코리아는 이달부터 연간 시계 구매 한도를 1개에서 2개로 늘렸다. 롤렉스의 비인기 제품의 재고를 줄이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롤렉스 리셀(되팔이)가격은 지난해 판매가격의 2배 이상 거래되면서 매장 앞에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졌다.
‘버블’ 논란이 있었던 롤렉스 시계 가격은 최근 하락세다. 롤렉스 대표 시계인 ‘서브마리너 그린(스타벅스)’ 가격은 지난해 6월 3800만원대에서 최근 2000만원대에 하락 거래되고 있다. 고가 시계 브랜드 ‘오데마피게’도 마찬가지다. 샤넬 등 대부분 명품은 지난해 고점과 비교해 일제히 하락했다. 지난해만 네차례 가격을 올린 샤넬 핸드백은 중고명품매장에 매물이 넘쳐날 정도다. “물량이 많아지면서 가격하락은 계속 진행 중에 있다”는 게 중고명품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견해다. 백화점과 명품 브랜드 등도 올해 시장 성장세가 예년만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명품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왔다. 최근 1~2월 매출 현황을 작년과 비교한 결과 5.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 가격을 10% 이상 올린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성장한 셈이다.
백화점과 명품, 패션 기업들은 작년 12월부터 이런 움직임을 감지해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고소득층이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하락으로 소비를 대폭 줄이고 있어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일반적인 경기 부진 상황이라면 고소득층은 소비를 줄이지 않지만,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실질 소비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고소득층이 반도체와 IT,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에 종사하는 만큼 수출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연착륙이 어렵다”고 말했다.
텅빈 로데오 중고명품 거리
“실제로 물건을 구입하는 손님은 가물에 콩 나듯 하고, 대부분은 구경만 하다 나가기 일쑤입니다.”30일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앞 중고 명품· 거리에서 만난 ‘L중고명품’ K대표의 설명이다. 웨딩시즌을 앞둔 3월은 이 일대의 성수기다.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이곳은 롤렉스 시계와 샤넬 핸드백 등 고가 상품을 구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K대표도 “시계업 20년 하는 동안 그렇게 가격이 뛴 것은 처음”이라고 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당수 중고명품 가격이 2021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고점 대비 30% 이상 하락한 매물이 수두룩하다
롤렉스, 샤넬 같은 최상위 명품 브랜드의 경우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 초기인 작년 봄 “가격 거품이 빠질 것”이란 관측에 일시적으로 충격을 받았다가 금세 회복했다. 이를 본 젊은 리셀러들 사이에선 ‘명품=불패’란 인식이 확산했다.
이런 마당에 롤렉스의 ‘간판’ ‘서브마리너 그린(스타벅스)’이 지난해 6월 3800만원대에서 최근 2000만원대로 50% 가까이 급락하고 하락세가 멈출 조짐이 안 보이자 명품업계와 리셀시장에선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롤렉스와 비슷한 급으로 분류되는 오데마피게도 ‘로열오크’ 제품이 8000만원에서 438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중고시장이 충격을 받자 ‘신상’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새벽부터 길게 줄을 서던 ‘오픈런’도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데이터들도 이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지난 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유명 해외브랜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7.2% 줄어들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2020년 3월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백화점 ‘빅3’인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2022년까지 백화점 매출 확대를 주도하던 명품은 지난해 12월을 기점으로 성장세가 급속 둔화하는 중이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20% 이상으로 성장했던 백화점 3사 명품 부문은 올해 1~2월 매출 증가율이 5.8%로 뚝 떨어졌다. 한 번에 수백만~수천만 원을 써야 하는 가구, 가전 등도 마찬가지다. 백화점의 가구, 가전 매출은 지난 1~2월에 각각 전년 동기대비 3.9%, 3.8% 줄었다.
씀씀이 줄이는 젊은 부자들
유통·명품업계에선 올해 들어 본격화한 리치세션의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코로나19 이후 명품 소비 확대를 주도했던 3040세대 ‘영앤리치’들의 주머니 사정이 악화했다는 점이다.우수 개발자 입도선매를 위해 2020~2021년 임직원 연봉을 확 올렸던 정보기술(IT)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긴축 경영에 돌입한 게 소비둔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네이버의 경우 사업보고서상 직원 평균 연봉이 2021년 1억2915만원으로, 전년 대비 26.0% 급등했다가 지난해엔 4.1% 오르는 데 그쳤다.
가구·가전 등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이사수요 감소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한 번에 수천만 원이 드는 대신 오랫동안 사용하는 품목들이다.
올해 들어 해외여행이 급증한 건 젊은 부자들이 국내 소비를 확 줄이는 핵심요인으로 거론된다. 백화점에선 명품 수요가 쪼그라든 대신 여행용 캐리어 판매가 올해 들어 지난해보다 3~4배 급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자들마저 씀씀이를 줄임에 따라 생활필수품과 신선식품을 위주로 매출이 증가하는 트렌드가 갈수록 확산할 것으로 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끝판왕’이란 평가를 받는 다이소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서울 명동에 1~12층 연면적 1653㎡ 규모의 매장을 재개장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경제사정이 반전할 것이란 확신이 없어 부유층들도 쉽사리 소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오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