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젠지의 바텀 듀오 페이즈(김수환,왼쪽)과 딜라이트(유환중) (제공=LCK)
젠지의 바텀 듀오 페이즈(김수환,왼쪽)과 딜라이트(유환중) (제공=LCK)
지난 26일 젠지e스포츠와 한화생명e스포츠가 2023 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맞붙었다. 결과는 젠지의 압승이었다. 세트 스코어는 3 대 1이었다. 경기 내용을 보면 이긴 세트에서 모두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패배한 3세트마저도 젠지가 실험적인 픽을 꺼내 드는 등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젠지가 정규 시즌에도 모두 한화생명을 상대로 전승을 거뒀기 때문에 젠지의 우세는 예상됐다. 하지만 한화생명이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디플러스 기아(이하 DK)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팽팽한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많았다. 그러나 젠지는 한 수 높은 운영 능력에 기반해 ‘빅게임 헌터’를 상대로 손쉽게 승리를 챙겼다. 도란(최현준), 피넛(한왕호), 쵸비(정지훈) 등 베테랑 선수들로 구성된 탑, 정글과 미드 등 상체 라인의 경기력도 빛났지만 가장 주목받은 건 신예이자 팀의 막내 라인인 페이즈(김수환·2005년생)와 딜라이트(유환중·2002년생)로 구성된 바텀 듀오였다.

페이즈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 4번의 경기 동안 단 4번의 데스만 허용했다. 2세트에선 0데스로 퍼펙트게임을 펼쳤고 패배한 3세트에도 두 번 죽는데 그쳤다. 킬과 어시스트를 데스로 나눈 종합 KDA가 8.8로 지금까지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원거리 딜러 중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15분 골드 격차도 851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딜라이트 역시 준수한 지표를 보인다. KDA가 4.6으로 플레이오프 2라운드 서포터 중 1위다. 4번의 경기 동안 8번의 데스를 기록했는데 1세트와 2세트에선 0데스로 퍼펙트게임을 선보였다. 15분 골드 격차가 526으로 페이즈와 마찬가지로 선두를 기록 중이다.
승리 인터뷰를 진행중인 페이즈 (제공=LCK)
승리 인터뷰를 진행중인 페이즈 (제공=LCK)
경기 세팅 중인 딜라이트 (제공=LCK)
경기 세팅 중인 딜라이트 (제공=LCK)
두 선수는 한화생명과의 경기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1세트에서 상대의 공격을 함께 받아치며 멋진 퍼스트 킬을 만들어내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이후 페이즈는 1세트에서 제리로 상대방을 끝까지 추격해 잡아내며 폭풍 성장했다. 팀 내 대미지 비중 39%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 결과 1세트 POG(Player of the Game)에 선정됐다.

승부에 종지부를 찍은 4세트에선 딜라이트가 쓰레쉬로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시간 11분경 미리 잡아놓은 시야를 이용해 드래곤(용) 근처 강가에서 상대 서포터를 잡아내며 1킬로 앞서고 있던 한화생명을 상대로 추격의 발판을 만들어 냈다. 이후 경기 중반에 발생한 미드 지역 교전에서도 상대 미드 라이너를 끌며 잡아내면서 승부를 굳히는 데 기여했다.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4세트 POG를 차지했다.

좋은 폼을 보이는 페이즈와 딜라이트 듀오는 오는 4월 1일 이번 시즌 최강 바텀 듀오로 꼽히는 T1의 구마유시(이민형)-케리아(류민석) 듀오를 상대한다. 봇 듀오가 함께 만들어낸 듀오 킬 횟수가 이번시즌 구마유시-케리아가 28회로 1위, 페이즈-딜라이트가 24회로 2위를 기록 중인 만큼 초반부터 치열한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4월 1일 젠지 e스포츠와 T1의 승자조 경기 승자는 결승전에 직행하며 패배한 팀은 4월 8일에 최종 결승 진출자를 가리는 경기를 한 번 더 치르게 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