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 미국보다 빨리 인도 요청"…신병 확보 쟁탈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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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신병 확보에 한미 양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30일 외교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한국 법무부는 지난 24일 몬테네그로에 권 대표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 이는 미국이 요청한 25일보다 하루 빠른 것이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앞서 몬테네그로 유력 일간지 '비예스티'는 마르코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의 언론 브리핑을 전하면서 "코바치 장관이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조금 더 일찍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코바치 장관이 '어제(28일) 한국 법무부에서 범죄인 인도 청구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법무부의 발표는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이다.
법무부 측은 "우리도 늦지 않게 청구한 것으로 안다"며 "코바치 장관은 한국과 미국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는 점만 언급했을 뿐 청구 순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파악하고 있다"면서 현지 보도가 정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코바치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수도 포드고리차에서 권 대표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코바치 장관은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권 대표에 대해 범죄인 인도 청구를 했다고 밝혔다. 현재 싱가포르도 권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요청도 이어질 수 있지만, 한국과 미국이 권 대표 송환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상황이다.
다만 몬테네그로 측은 소환 신청순서와 상관없이 "범죄의 중한 정도, 범죄가 벌어진 장소, 인도 요청의 순서, 국적, 그리고 또 다른 외적 요인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우선순위를 밝힌 만큼 최종 인도국을 어디로 결정할지 알려지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권 대표에 대한 강력한 처벌 의지를 드러내며 자국 송환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지난 23일 권 대표가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위조 여권 사용으로 체포되자마자 그를 증권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또한 몬테네그로에 있는 대사관과 이를 통해 구축된 외교 채널을 가동해 조속히 대처했다는 평이다.
한국은 몬테네그로에는 우리 대사관이 없지만, 인접 국가인 세르비아 대사관으로 몬테네그로를 관할하고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몬테네그로 외교부와 법무부 당국자들과 잇따라 면담하고 수도 포드고리차 외곽에 있는 스푸즈 구치소에 수감된 권 대표를 접견하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 법 집행 기관의 수장으로서 권 대표의 국내 송환을 우선에 두고 있다"며 "지난해 서울남부지검에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키면서 이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해왔고 이에 따른 충분한 증거를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국제적 절차에서 여러 변수가 있어 국제법과 상식에 맞게 절차를 잘 진행해 나가겠다"며 "한국과 미국 모두 절차에 따라 정의가 실현되도록 선의로 서로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경쟁 구도로 보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전했다.
다만 권 대표의 인도는 현지 위조 여권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바치 장관 역시 "권 대표가 위조 여권 사건에 대해 몬테네그로에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를 복역해야만 인도를 요청한 국가로 인도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권 대표의 현지 변호인 역시 현지 여건 사건 1심 판결이 불만족스럽다면 대법원까지 가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