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국채지수 3월 편입 불발…관찰대상국 유지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3월 편입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하게 되며 다음번인 9월 편입 가능성을 노려볼 수 있게 됐다.

영국 런던증권거래소(LSE) 산하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러셀 그룹은 한국의 국채지수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세계국채지수 편입을 유보한다는 의미다. FTSE러셀은 "한국 정부가 발표한 여러 조치의 이행과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겠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WGBI는 블룸버그-버클레이즈 글로벌 종합지수와 JP모던 신흥국 국채지수와 함께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로, 전 세계 투자기관들이 국채를 사들일 때 지표가 되는 지수다. 미국, 영국, 중국 등 주요 23개국의 국채가 편입돼 있다.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발표되며, 한국은 지난해 9월 WGBI 관찰대상국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FTSE러셀은 채권시장 국가분류에서 국가별 시장접근성을 레벨 0~2로 구분하고 있고, 레벨 2국가만 WGBI 편입이 가능하다.

FTSE러셀은 한국을 잠재적으로 시장접근성 상향 조정(레벨1→레벨2) 가능성이 있는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 셈이다.

결국 FTSE러셀의 이번 유보 조치는 국채지수 편입까지 요건이 무르익도록 시간을 좀 더 두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TSE 러셀은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한국 정부의 시장접근성 개선을 위한 제도개선 노력 중 최근 시행된 조치가 있는 반면, 법 개정 등이 필요한 과제도 있다"며 "앞으로 시장 참여자들과 함께 제도개선과제들의 효과 여부를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외국인 국채 투자 이자·양도소득 비과세 시행, 국제예탁결제기구 국채통합계좌 개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IRC) 폐지, 외환시장 구조개선 등을 추진해왔다.

FTSE는 통상 3월과 9월에 세계국채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데, 검토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된다.

관찰대상국 등재 후 최종 편입까지 여타 주요국도 통상 2년 걸렸다. 사실상 올해 9월 편입도 매우 빠른 속도라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2019년 3월 관찰대상국 등재 후 2년 후인 2021년 3월 WGBI 편입이 결정됐고, 스위스 2021년 9월 관찰대상국 등재 후 현재까지 WGBI 미편입 상태다.

앞서 이번에 시장에선 한국 국채가 WGBI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지만, 가장 빠른 편입 시점일 뿐 실제 편입 시점은 9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KB증권도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국채지수 편입 시점이 일러야 올해 9월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올해부터 외국인들의 국채와 통안채 투자는 비과세를 적용받고 있으며, 환율 시장도 선진화와 거래 시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외환시장의 선진화가 WGBI 편입을 촉진할 수 있는 요인이지 필수 조건은 아닌 만큼 WGBI 편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유로클리어의 도입"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원은 "유로클리어를 이용하게 되면 투자자 등록, 상임 대리인 선정, 국내 직접 계좌 개설 등 복잡한 절차가 사라지는 만큼 외국인들의 투자가 간편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클리어는 국채를 거래할 수 있는 국제예탁결제기구 명의의 통합계좌다.

지난해 정부는 유로클리어와 업무협약(MOU)을 맺었으며,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추경호 부총리가 유로클리어 CEO와 만나 연내 유로클리어 실행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WGBI의 추종 자금은 약 2조5천억달러로 추산된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기대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 때문에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발생, 금리가 더 올라갔지만 국채지수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 효과가 예상된다.

KB증권은 한국 국채가 국채지수에 편입될 경우 한국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신규자금이 669억3천만달러, 원화로는 약 89조5천억원으로 추정했다.

KB증권은 이 경우 금리 하락 효과는 90bp(1bp=0.01%포인트)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국이 선진 채권의 기준인 WGBI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투자유입 확대, 수급기반 안정, 이자비용 절감 등을 통해 국채시장의 안정성 확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지속적인 제도개선과 글로벌 투자자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올해 내에 WGBI 정식 편입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WGBI 편입을 위해 마련한 제도개선 과제들을 계획대로 신속하게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월 발표한 '외국인 투자자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방안'에 따라 상반기 중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을 개정을 거쳐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IRC)를 연내 폐지할 예정이다.

또한, 올 2월 내놓은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따라 연내 외국 금융기관의 국내 외환시장 참여와 거래시간 연장을 위한 외환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내년 하반기 시행할 계획이다.

외국인 국채투자 비과세와 같이 이미 제도개선을 완료한 과제의 경우에도 글로벌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추가적인 편의조치를 지속적으로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상반기 중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각종 신청서와 신고 서류의 공식 영문서식을 제공하고 지난 29일 '외국환거래규정' 유권해석을 통해 명시적으로 허용한 '추가 계좌개설 없는 제3자 FX'에 대해서도 현장에서 활발히 활용될 수 있도록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