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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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 리스크로 KT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권 반발로 구현모 전 대표에 이어 차기 후보자 윤경림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까지 사퇴한 데다가 사외이사들까지 연이어 물러나는 등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를 맞았다.

KT는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태봉로 KT연구개발센터에서 제41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차기 대표이사 선임 없이 박종욱 직무대행이 의장을 맡아 진행됐다. 윤 사장 사임에 이어 주총을 앞두고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3인도 재선임 후보에서 물러나면서 주총은 주요 안건이 제외된 채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KT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지분 10.12%)이 전날 오후 늦게 사외이사 후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히고, 앞서 2대 주주인 현대차그룹(지분 7.79%)도 동일한 의사를 내놓으면서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에는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출신인 김용헌 사외이사만 남게 됐다.

KT는 약 5개월에 걸쳐 이사회 구성을 위한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대표이사 후보 추천 및 선임 등 후속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주총에서는 재무제표 승인, 목적 사업 추가·자기주식에 대한 보고의무 신설·자기주식을 통한 상호주 취득 시 주총 승인 의무 신설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 지급 규정 개정 등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됐다. 배당금을 주당 1960원으로 확정해 다음 달 27일 지급하기로 했다. 경영진 구성 등 주요 안건이 모두 폐기되면서 주총은 44분만에 끝났다.

주총 현장에서는 최근 KT의 대표 선임 과정에 불만을 가진 주주들의 성토가 이어지면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비온 뒤에 오히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새로운 지배구조에서 성장 기반을 탄탄히 해 다시 도약하겠다"며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직무대행 체제로 경영 안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원점으로 돌아가 새 대표를 뽑기까지 약 5개월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신사업 추진와 투자 등 경영 활동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우려가 반영되면서 지난해 '연매출 25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KT의 주가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지난해 8월 4만원대에 근접해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이날 오 개장 직후 장중 2만8850원까지 하락하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 역시 10조원대에서 7조원대로 주저앉은 상태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CEO 임기가 만료되는 3년마다 주가 약세를 겪을 가능성이 주가에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경영의 지속성과 투자의 예측성 관점에서 아쉬움이 노출됐다"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