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 집중탐구

공장 수율 정상화 및 IRA 수혜로 SK온 가치 재평가 기대
국제유가 하락 따른 실적 부진 부담되지만…
“이미 주가에 반영돼 추가 우려 제한적” 반론도
사진=뉴스1
사진=뉴스1
올해 주식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를 꼽으라면 단연 2차전지입니다.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의 활력도 떨어진 가운데, 성장성이 가장 확실한 산업으로 꼽힌 덕입니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와 함께 한때 국내 2차전지 빅3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던 SK이노베이션은 훈풍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2차전지 양극재를 만들어 납품하는 에코프로비엠에 시가총액을 역전당해 빅3에서 밀려나기까지 했죠.

지난달 29일까지만 해도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흐름만 놓고 보면 2차전지 관련주라고 하기 어려웠습니다. 2차전지 자회사인 SK온의 이슈보다는 SK이노베이션의 본업인 정유 부문의 가치를 좌우하는 국제유가에 더 큰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그러다 정기주주총회가 열린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은 13.80%나 급등합니다. 이튿날인 31일에는 상승분을 소폭 반납하며 4.22% 하락했지만, 월봉 기준으로는 한 달 동안 19.45%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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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IPO의 새로운 표준” 호평 받은 SK온 주식 교환 계획

주총이 열린 날 급등했으니, 급등의 배경은 주총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SK이노베이션이 주총 직후 개최한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구체적으로 밝힌 주주환원 계획이 그것입니다. 2024~2025년에 최소 주당 2000원의 현금 배당을 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SK온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방안이 포함됐습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주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주주와의 대화' 행사에서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이 주주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지동섭 SK온 사장,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사진=연합뉴스
행사에서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부문장은 “SK온 IPO 시점에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주식 교환 추진을 검토 중”이라며 “주식 교환 규모는 유동적이지만,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 수준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시가총액의 10%에 해당하는 규모로 자사주를 공개매수하고, 현금 대신 SK온의 주식을 주겠다는 겁니다. 그렇게 매수한 자사주는 소각하고, SK온 구주 매출로 유입된 현금 중 일부를 특별 배당하겠다는 계획도 나왔습니다.

SK이노베이션 주가가 튀어 올랐듯이 이번에 SK이노베이션이 밝힌 SK온 IPO 관련 주주환원 계획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입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그룹이 제시한 자회사 IPO의 새로운 스탠다드(표준)”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이전까지 상장사들이 핵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다시 상장하는, 일명 ‘쪼개기 상장’이 기존 주주들에게 부당한 손해를 입혔다는 인식이 깔린 평가입니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에 올라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역시 LG화학의 전지사업본부가 물적분할돼 세워진 회사인데, 물적분할이 결정될 당시 LG화학 주주들이 크게 반발한 바 있습니다.

그럴 법한 게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 80%가량을 보유 중인 LG화학의 시가총액이 LG에너지솔루션 시가총액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칩니다. LG화학 주가가 2차전지 소재 사업의 성장 기대감에 작년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기 전인 2021년 2월5일의 102만8000과 비교하면 30%가량 낮은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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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수율 정상화와 IRA 수혜로 배터리 흑자전환 앞당길까

물론 이번 발표 만으로 환호하는 데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우선 SK온의 IPO 시점이 2025년 이후로 2년 이상 남은 데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부여할 SK온 주식 확보의 규모도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온 IPO) 시점의 SK이노베이션의 가치와 SK온의 가치에 따라 주식 교부 비율이 결정될 것이고, 구주매출을 통한 특별 배당도 어느 정도 규모일지는 확정되지 않았다”며 “자사주 소각을 제외하면 정량적인 수혜 규모를 판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합니다. SK온의 IPO가 이뤄질 시점에 매겨지는 SK온의 가치와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핵심 변수일 겁니다.

우선 SK온부터 따져보겠습니다. 국내 2차전지 셀 제조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SK온은 선발주자들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격적으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해왔습니다. 그 결과 전기차용 2차전지 사용량 면에서 삼성SDI를 추월하기도 했죠.

하지만 SK온도 2차전지 셀 제조업체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할 때 거치는 성장통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공장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수율(상품성 있는 제품이 생산되는 비율)을 끌어 올리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 겁니다. 때문에 작년까지 SK온은 대규모 적자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다행히 SK온 공장의 수율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이동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문제가 됐던 헝가리·미국 배터리 플랜트의 수율과 가동률이 최근 개선세에 있다”며 “작년 고객사 모듈 문제로 인한 헝가리 플랜트의 저조한 수율은 현재 80%를 웃도는 것으로 보이고, 미국 플랜트는 포드의 F-150 배터리 이슈로 단기적으로 생산을 중단했으나 이달부터 정상 가동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도 SK온의 손익분기점(BEP) 달성에 힘을 보탤 전망힙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 공장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배터리 모듈에 대해 KWh당 45달러의 보조금을 받게 된다”며 “미국 공장의 생산능력 21.5GW에 가동률 70%와 수율 70%를 적용하면 분기당 1800억원의 이익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자동차 회사에 배터리 납품 가격 인하가 얽혀 있어 실제 효과는 반감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제유가 하락 따른 올해 실적 부진은 부담

SK온의 수익성 확보 여부가 IPO 시기를 결정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화학 부문의 가치는 기존 주주들에게 부여되는 SK온 주식 확보 기회의 규모를 결정할 겁니다. 아쉽게도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전망은 밝지 못합니다.

국제유가 하락 때문입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크게 움직일 때마다 실적에 부침을 겪습니다.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오르락내리락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국제유가가 치솟은 작년엔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지만, 올해 들어서는 국제유가가 하락세입니다. 작년 한 때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현재 74.37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추정치도 계속 하향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지난달 31일에 집계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5559억원이지만, IBK투자증권은 1424억원 적자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IBK투자증권 외에도 지난달 들어선 이후 유안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제시한 SK이노베이션의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역시 각각 1516억원과 1260억원으로, 컨센서스의 3분의1에도 못 미칩니다.

다만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은 예상보다 부진할 전망이지만, 유가 하락으로 이미 주가에 반영된 악재로 판단된다”며 “정유 수급은 제한적인 증설 일정과 중국 리오프닝 효과 덕분에 구조적으로 타이트하다. 정제마진이나 유가에 대한 추가적인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