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이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은 ‘밑바닥 생활’부터 한 정치인이다.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이해구 의원의 비서관으로 처음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이어 경기도의원에 세차례 당선됐다. 이후 18대 총선에서 첫 국회의원 배지를 단 뒤 지난해 3월 재보궐 선거에서 승리해 4선에 성공했다. 비서관부터 도의원, 국회의원까지 정치 경력을 모두 더하면 35년에 달한다.

그런 그가 원내대표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 2018년 12월 나경원 전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지 4년4개월 만이다. 김 의원은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밑바닥에서부터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어떻게 의원들을 도와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28살부터 국회에 오래 있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이제는 정치 현장에 녹여내고 싶다”며 “국민으로부터 멀리 가 있는 정치를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오게 하겠다”고 출마 포부를 밝혔다. 차기 총선 공천에 관련해선 “선거 때마다 멀쩡한 국회의원을 교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책통 외교통 등 전문 선수를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일문일답

▷원내대표 출마 계기가 무엇인가.
“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1988년, 28살에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국회에 왔다. 오래 있으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생각을 이제는 정치 현장에 녹여내고 싶다. 국민으로부터 멀어진 정치를 국민에게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게끔 하는 원내대표가 되고 싶다.”

▷차기 총선에서 현역 의원이 대거 교체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물론 공천이 선거 승패를 좌우한다. 다만 선거 때마다 멀쩡한 국회의원을 몇 퍼센트 바꿨다는 걸 자랑으로 내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가 있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은 도태돼야 되지만 멀쩡히 잘하는 사람을 퍼센트에 맞춰 무조건 날리는 것은 옳지 않다. 최소한의 룰은 정해야 하지만 초재선 의원을 계속 바꾸다 보니 의원들이 자기 정치를 하기 어렵다. 국회의원은 기본적으로 소신껏 일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존 의원을 대폭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온다.
“바꿀 때는 바꿔야 한다. 대신 바꿀 때는 객관적인 룰에 따라서 정정당당하게 하면 된다. 요지는 멀쩡하게 능력 있는 사람을 ‘몇 퍼센트 물갈이’에 맞추기 위해 바꾸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는 물은 내버려 두고 물고기만 바꿔온 셈인데, 그렇다고 정치가 나아지지 않았다. 우리 당이 이제 예산통 정책통 외교통 등 전문 선수를 길러야 한다.
與원대 출마 김학용 "국민에게 멀어진 정치, 보다 가깝게 할 것" [인터뷰]
▷원내대표로서의 본인의 강점은
“밑바닥에서부터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원내대표로서 어떻게 의원들을 도와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28살 비서관 때부터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으니 의원들에게 선거를 앞두고 가장 많은 지원을 해드릴 수 있다. 그야말로 안성 맞춤형으로 다가갈 수 있다. 정치하면서 갖고 있는 최대의 장점은 그동안 내가 잘 되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이다. 2019년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경원 전 의원에게 패배하고, 다음 해 치러진 원내대표 선거에 다시 출마했다면 동정표를 받을 수도 있었겠지만, 경쟁했던 강석호 의원이 나한테 양보를 했기 때문에 나는 두 말 없이 불출마했다.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내년에 5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에 내게는 마지막 기회다. 지난해 재보궐 선거로 국회에 들어온 뒤 1년 동안 의원님들을 만나 진솔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김기현 대표와의 호흡은 어떤가.
“2012년 김 대표가 원내수석을 할 때 나를 추천해 예결위 간사를 맡았다. 김 대표가 정책위원회 의장을 할 때는 정책위 수석부의장 직을 새로 만들어서 내게 맡겼다. 김 대표가 울산시장 두 번째 선거에서 억울하게 낙선한 뒤에도 자주 만났다. 잘 나갈 때나 어려울 때나 함께한 사이다.”

▷경쟁자가 TK(대구경북)출신의 윤재옥 의원이다.
“인품이 훌륭한 의원이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윤재옥 의원 전부 61년생 소띠 동갑내기다. 다들 각별한 사이다.”

▷민주당과 어떻게 협상할 것인가.
“민주당 새 원내대표가 누가 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뜻을 가지고 있어도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좋은 의도를 갖고 잘 풀어나가려고 협조를 잘 해주면 서로 좋은 일이 있겠지만, 일방적인 양보만 주장하면 협상이 제대로 되겠나? 일방적인 관계는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지만 길어지면 국민들은 약자 편으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양길성/고재연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