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팅 앱 '틴더'가 대학마다 파티 연 까닭은? [책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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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드 스타트
앤드루 첸 / 홍경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508쪽|3만5000원
전 세계 이용자 수억명 확보한
틴더·인스타그램 등 사례 연구
틴더의 성공의 비결은 '입소문'
파티로 대학 '인싸' 끌어들이자
인맥 통해 이용자 급격하게 늘어
앤드루 첸 / 홍경탁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508쪽|3만5000원
전 세계 이용자 수억명 확보한
틴더·인스타그램 등 사례 연구
틴더의 성공의 비결은 '입소문'
파티로 대학 '인싸' 끌어들이자
인맥 통해 이용자 급격하게 늘어
‘이용자 0명.’
어떤 서비스든 상품이든 출발선은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은 세계적으로 2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고, 어떤 것은 금방 망한다. 한때 2억 명을 끌어들인 6초 동영상 플랫폼 ‘바인’처럼 잘나가다 고꾸라지기도 한다. 돈이 다가 아니다. 구글은 2011년 소셜서비스인 ‘구글 플러스’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했지만 전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대기업이 야심 차게 출시한 많은 서비스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는 앤드루 첸은 이를 ‘콜드 스타트 문제’라고 부른다. 추운 날 자동차 시동을 걸기 어려운 데서 말을 따왔다. 처음 출시된 모든 서비스와 상품이 마주하는 문제다.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서 일하기도 한 그는 드롭박스, 슬랙, 줌, 링크트인, 에어비앤비, 틴더, 트위치, 인스타그램 등 유명 회사들의 사례를 연구해 <콜드 스타트>라는 책을 썼다. 이용자 0명이 어떻게 수천만 명, 수억 명으로 불어날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성공한 서비스의 이면엔 거의 항상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쓰는 사람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용자가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효과는 오히려 역으로 작용한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손님이 아무도 없으면 발걸음을 돌리고 싶은 것과 같다. ‘제품이 뛰어나면 자연스레 이용자가 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온라인 데이팅 앱 ‘틴더’는 2012년 출시됐다. 그전에도 매치닷컴, 이하모니, 오케이큐피드 같은 서비스가 있었다. 틴더는 좀 달랐다. 페이스북에 공통된 친구가 몇 명인지에 기반해 상대방의 신뢰도를 알려줬다. 마음에 들면 간단히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는 방법을 최초 도입했다.
뛰어난 제품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틴더도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돌파구는 ‘대학생들의 파티’에서 나왔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틴더 주최 파티가 열렸다. 입장객은 틴더 앱이 깔려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200~300명의 파티 참석자는 USC 안에서 가장 사교적이고 인맥이 넓은 집단이었다. 이렇게 대학마다 파티를 열자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용자 임계점은 서비스마다 다르다. 개인에게는 자신과 상대방 두 명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다. 전화기가 그런 예다.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도 그렇게 시작했다. 슬랙은 직장 동료끼리 쓰는 메신저다. 2명이든 3명이든 10명이든 상관없다. 같은 팀원들이 쓰기만 하면 된다. 슬랙을 공동 창업한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단지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우리 제품을 써보라고 설득했을 뿐입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수요 생성이나 현장 마케팅 등을 담당할 팀이 없었습니다.”
슬랙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며 점점 퍼졌다. 대기업에서도 모든 직원이 슬랙을 쓸 필요가 없다. 팀 단위로 슬랙을 쓰면 됐다. 저자는 이를 ‘원자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 단위다. 원자 네트워크가 작을수록 확산하기 쉽다. 영상 통화 앱 ‘줌’이 이용자를 순식간에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틴더의 원자 네트워크는 대학교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임계점을 넘은 서비스는 ‘하키스틱 곡선’을 꿈꾼다.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그래프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흥미가 떨어지면서 이용자가 이탈하기 시작하고, 콘텐츠 생산자나 인플루언서들이 경쟁 서비스로 옮기기도 한다. 차량공유나 음식배달 서비스 운전자가 자신들의 몫을 올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상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상품과 혁신만이 미래의 큰 성장 곡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끝없는 싸움에 참여한 모든 이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어떤 서비스든 상품이든 출발선은 같다. 하지만 어떤 것은 세계적으로 20억 명의 사용자를 모으고, 어떤 것은 금방 망한다. 한때 2억 명을 끌어들인 6초 동영상 플랫폼 ‘바인’처럼 잘나가다 고꾸라지기도 한다. 돈이 다가 아니다. 구글은 2011년 소셜서비스인 ‘구글 플러스’를 선보이며 대대적인 론칭 행사를 했지만 전혀 돌풍을 일으키지 못했다. 대기업이 야심 차게 출시한 많은 서비스가 비슷한 길을 걸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하기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벤처캐피털 회사인 앤드리슨 호로위츠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는 앤드루 첸은 이를 ‘콜드 스타트 문제’라고 부른다. 추운 날 자동차 시동을 걸기 어려운 데서 말을 따왔다. 처음 출시된 모든 서비스와 상품이 마주하는 문제다.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차량 공유업체 우버에서 일하기도 한 그는 드롭박스, 슬랙, 줌, 링크트인, 에어비앤비, 틴더, 트위치, 인스타그램 등 유명 회사들의 사례를 연구해 <콜드 스타트>라는 책을 썼다. 이용자 0명이 어떻게 수천만 명, 수억 명으로 불어날 수 있는지 생생한 사례와 함께 현실적인 조언을 건넨다.
성공한 서비스의 이면엔 거의 항상 네트워크 효과가 있다. 쓰는 사람이 많으면 더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용자가 임계점을 돌파하지 못하면 네트워크 효과는 오히려 역으로 작용한다.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손님이 아무도 없으면 발걸음을 돌리고 싶은 것과 같다. ‘제품이 뛰어나면 자연스레 이용자가 늘겠지’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온라인 데이팅 앱 ‘틴더’는 2012년 출시됐다. 그전에도 매치닷컴, 이하모니, 오케이큐피드 같은 서비스가 있었다. 틴더는 좀 달랐다. 페이스북에 공통된 친구가 몇 명인지에 기반해 상대방의 신뢰도를 알려줬다. 마음에 들면 간단히 오른쪽으로 스와이프하는 방법을 최초 도입했다.
뛰어난 제품이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틴더도 이용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돌파구는 ‘대학생들의 파티’에서 나왔다.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서 틴더 주최 파티가 열렸다. 입장객은 틴더 앱이 깔려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200~300명의 파티 참석자는 USC 안에서 가장 사교적이고 인맥이 넓은 집단이었다. 이렇게 대학마다 파티를 열자 이용자가 급격히 늘었다.
이용자 임계점은 서비스마다 다르다. 개인에게는 자신과 상대방 두 명만 있어도 충분할 수 있다. 전화기가 그런 예다. 기업용 메신저인 ‘슬랙’도 그렇게 시작했다. 슬랙은 직장 동료끼리 쓰는 메신저다. 2명이든 3명이든 10명이든 상관없다. 같은 팀원들이 쓰기만 하면 된다. 슬랙을 공동 창업한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단지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우리 제품을 써보라고 설득했을 뿐입니다. 당시 우리 회사는 수요 생성이나 현장 마케팅 등을 담당할 팀이 없었습니다.”
슬랙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입소문이 나며 점점 퍼졌다. 대기업에서도 모든 직원이 슬랙을 쓸 필요가 없다. 팀 단위로 슬랙을 쓰면 됐다. 저자는 이를 ‘원자 네트워크’라고 부른다. 독자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최소 단위다. 원자 네트워크가 작을수록 확산하기 쉽다. 영상 통화 앱 ‘줌’이 이용자를 순식간에 늘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틴더의 원자 네트워크는 대학교 하나였다고 볼 수 있다.
임계점을 넘은 서비스는 ‘하키스틱 곡선’을 꿈꾼다. 기하급수적으로 이용자가 늘어나는 그래프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흥미가 떨어지면서 이용자가 이탈하기 시작하고, 콘텐츠 생산자나 인플루언서들이 경쟁 서비스로 옮기기도 한다. 차량공유나 음식배달 서비스 운전자가 자신들의 몫을 올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큰 네트워크 상품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며 “결국 새로운 상품과 혁신만이 미래의 큰 성장 곡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한다. 이 끝없는 싸움에 참여한 모든 이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