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생겨 학교 못 가는데…온라인 시험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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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적응 힘든 '코로나 학번'
비대면 수업·대체 과제에 익숙
학생회·동아리 참여 저조
"대면 토론·회화 수업 힘들어"
선배들 "협업에 서툴러" 지적
캠퍼스 생활 회복 시간 걸릴듯
비대면 수업·대체 과제에 익숙
학생회·동아리 참여 저조
"대면 토론·회화 수업 힘들어"
선배들 "협업에 서툴러" 지적
캠퍼스 생활 회복 시간 걸릴듯
서울대 자연대 A교수는 지난겨울 계절학기에 한 학생의 황당한 부탁을 받았다. 월요일 예정된 계절학기 대면 기말고사를 온라인 시험으로 대체할 수 없겠느냐는 것이었다. 주말에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비행기가 연착돼 제시간에 시험장에 도착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A교수는 “2년 넘는 코로나 생활로 온라인 시험, 대체 과제 등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정상적인 대학생활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0~2021년 입학한 ‘코로나 학번’ 학생들이 오프라인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학번은 대학 정규 교육과정의 대면 수업과 시험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동아리·학생회 활동 참여도 저조한 편이다.
한국외국어대 체코·슬로바키아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이번 학기에 1학년 필수 전공수업인 체코어 회화 수업을 재수강하려다가 포기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1학년 학생들만큼 회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신이 없어서다. 김씨는 “20학번으로 코로나 시기에 대학생활을 시작해 온라인 수업만 듣다 보니, 대면으로 외국어 회화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교수들도 토론과 회화에 적극적인 23학번과 참여가 저조한 20~22학번이 비교된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동아리와 학생회도 ‘코로나 학번 공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동아리연합회는 학생사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연합회장 출마자가 나오지 않아 올해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 전에 입학한 고학번은 코로나 학번이 협업에 서툴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19학번 권소원 씨(23)는 2020년부터 4년째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권씨는 “코로나 학번은 어떤 사안을 알리기 위한 카드뉴스와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처럼 혼자 처리하는 업무엔 익숙한 것 같다”면서도 “대자보 작성처럼 여러 명이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협업에는 서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대면 활동에 소극적인 학생들로 인해 코로나 방역 완화 후에도 대학 학생회가 활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31일 대학가에 따르면 2020~2021년 입학한 ‘코로나 학번’ 학생들이 오프라인 대학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학번은 대학 정규 교육과정의 대면 수업과 시험을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동아리·학생회 활동 참여도 저조한 편이다.
한국외국어대 체코·슬로바키아어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씨(22)는 이번 학기에 1학년 필수 전공수업인 체코어 회화 수업을 재수강하려다가 포기했다. 같이 수업을 듣는 1학년 학생들만큼 회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자신이 없어서다. 김씨는 “20학번으로 코로나 시기에 대학생활을 시작해 온라인 수업만 듣다 보니, 대면으로 외국어 회화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웠다”며 “교수들도 토론과 회화에 적극적인 23학번과 참여가 저조한 20~22학번이 비교된다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동아리와 학생회도 ‘코로나 학번 공백’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대 동아리연합회는 학생사회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연합회장 출마자가 나오지 않아 올해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 중이다.
코로나 전에 입학한 고학번은 코로나 학번이 협업에 서툴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경제학부에 재학 중인 19학번 권소원 씨(23)는 2020년부터 4년째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권씨는 “코로나 학번은 어떤 사안을 알리기 위한 카드뉴스와 포스터를 만든다거나, 회의록을 작성하는 것처럼 혼자 처리하는 업무엔 익숙한 것 같다”면서도 “대자보 작성처럼 여러 명이 함께 끊임없이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해 하나의 공통된 목소리를 내는 협업에는 서툴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이처럼 대면 활동에 소극적인 학생들로 인해 코로나 방역 완화 후에도 대학 학생회가 활기를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