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규제 대폭 강화"...대형은행·MMF로 '머니무브' [GO WEST]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앵커>
뉴욕증시는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GO WEST', 글로벌콘텐츠부 조연 기자와 함께 하겠습니다.
시장을 짓눌렀던 은행권 위기가 일단은 지나갔다고 판단하는 걸까요? 연이틀 미 증시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자>
사실 위기감이 가셨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투심은 확실히 살아났죠.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 지수가 SVB 사태 이후 30 가까이 올랐다가 이제 다시 19 수준으로 1년 내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또 미 연준으로부터 은행권의 긴급대출이 감소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투심을 지피는 요소가 됐는데요.
지난 23일부터 29일까지 1주일간 미 금융권의 연준에 대한 미상환 차입금은 1,526억달러로 전주보다 7% 가량 줄어들었습니다.
특히 각 지역의 연은의 대출기구를 이용한 대출 잔액은 전주보다 20% 감소한 882억달러로 나타났고요.
앞서 재할인창구 대출 잔액은 이달 초 1,530억달러까지 늘어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IB 제프리스는 "금융권 불안이 다소 진정된 상황에서 나온 이번 수치가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을 것이란 안도감을 시장에 줬다"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지역 중소은행들의 연이은 파산은 멈췄을지 모르지만, 사실 금융권 내부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특히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 출혈이 큰 상황 아닙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머니마켓펀드, MMF에 자금이 밀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역대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습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 자료에 따르면 SVB 사태 이후 3주간 MMF로 3천억달러 이상 몰리면서 총 MMF 자산 규모는 5조2천억달러로 불어났습니다.
MMF는 단기 국채나 CD에 투자하는 초단기 금융상품이죠.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다 보니 투자처 찾는 과정에서 잠시 묻어두는 피난처로 쏠림현상이 나타는 것입니다.
예금이 중소은행에서 대형은행으로 움직이는 현상도 확연한데요.
연준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25개 은행은 SVB 사태 이후 1,200억달러의 예금이 늘어난 반면, 그 외 중소형 은행들의 예금은 1,080억달러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히 찰스 슈왑의 위기감이 부각되고 있는데요.
모건스탠리가 "찰스 슈왑 고객들의 예금이 MMF로 예상보다도 두 배 이상 빠르게 이동하고 있어, 이는 자본수익률을 낮추고 실적을 압박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투자의견은 관망을 뜻하는 '동일비중'으로, 목표가는 기존 99달러에서 68달러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예금자 이탈 가속화될 경우 찰스 슈왑 역시 채권 손실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습니다.
최근 한달 찰스 슈왑의 주가는 32% 떨어진 상황입니다.
<앵커>
이 가운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나서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절 느슨해진 미국 은행 규제를 다시 강화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대형은행에만 집중됐던 스트레스테스트를 자산규모 1000억~2500억달러 규모의 중형 은행들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인데요.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 은행에 강화된 감독 기준을 적용했다가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이 대상 기준을 2500억달러로 높였습니다.
이때 대다수 지역은행이 자본·유동성 관련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이번에 SVB를 비롯해 중소형 은행들이 리스크 취약을 여실히 드러냈죠.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별도의 입법 조치 없이 기존 규제 안에서 지역은행으로 감독 확대를 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번 감독 강화로 자산 1000억달러 이상 지역은행들의 유동성 요구 조건과 스트레스테스트 빈도가 강화되고, 또 위기 상황을 대비한 '정리의향서(living wills)를 내야 합니다.
최악의 경우 파산할 때 어떻게 문 닫을 것인지 설명하는 종합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거죠.
옐런 장관도 "최근 충격으로 드러난 은행 규제 균열을 복구해야 한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습니다.
<앵커>
월가는 이번 규제강화에 대해 어떤 분석들을 내놓고 있습니까?
<기자>
전반적인 은행주들의 어려움이 예상되죠.
먼저 미 투자은행 파이퍼 샌들러는 "현실적으로 은행 시스템이 충격에서 회복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전반적인 은행 섹터가 수차례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 전망했고요.
씨티그룹 역시 "은행 규제 강화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대형은행 수익의 4%를 가져가게 될 것"이라며, "FDIC가 SVB나 시그니처뱅크로 입은 손실을 나머지 은행에 대한 평가 수수료의 형태로 다시 채울 것"이란 관측을 제기했습니다.
여기에 잠잠해진 은행 리스크가 대출 위축과 실물경제 압박 등으로 위기를 조용히 전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잘 들었습니다.
조연기자 ych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