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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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 러시아가 순번에 따라 4월 순환 의장국을 맡게 되자 우크라이나가 "4월 1일 만우절이라고 황당함이 아예 새로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비판했다.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설계 그대로의 안보리는 무력하고 무능하다"며 "분쟁을 막고 그 분쟁을 다룬다는 최우선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은 4월 한 달 동안 우크라이나가 안보리 회의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 우크라이나는 안보리 이사국은 아니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 이후 안보리 회의에 자주 참석하며 전쟁 관련 입장을 밝혀 왔다.

가디언은 우크라이나에서 14개월째 러시아의 침공이 진행 중이라는 점 등을 지목하면서 "이런 환경에서 러시아를 유엔 안보리의 '운전석'에 앉히는 것은, 만우절 농담치고는 잔인하다"고 규탄했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2년마다 교체되는 10개 비상임 이사국으로 구성된다. 15개 이사국이 매월 돌아가며 의장국을 맡는데, 이번 4월은 러시아 차례다. 의장국은 특별히 강력한 권한을 보유하지는 않지만, 회의 일정 등을 정할 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러시아는 직전 의장국 임기 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바 있다.

이번 달에는 안보리에 우크라이나 관련 회의가 예정돼 있지는 않다. 통상적인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 관련 보고 일정이 대부분이다. 다만 러시아는 의장국으로서 3차례 자국 주도 회의를 예정하고 있다. 이달 10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 등 서방 국가의 무기 지원을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에 따르면 서방 상임이사국과 이들 국가를 지지하는 비상임이사국들은 러시아가 주최하는 회의·행사 등에 참석하는 외교관의 급을 낮추는 방식 등으로 항의 의사를 표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가 의장국을 맡는다는 이유로 전면 보이콧과 같은 강력한 저항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