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손 내밀면서 순식간에…" 매출 200억 '대박' 비결 [최형창의 中企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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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퍼실·테크 누른 '에이치비글로벌'
쿠팡 내 세탁세제 부분 매출 1위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00억 돌파
연구개발도 꾸준히 투자
쿠팡 내 세탁세제 부분 매출 1위
지난해 사상 첫 매출 200억 돌파
연구개발도 꾸준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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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소재 세탁세제 전문업체 '에이치비글로벌' 양대열 대표는 최근 회사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쿠팡이 있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양 대표는 "20년간 사업을 하면서 지난 5년처럼 매출이 빠르게 뛴 적이 없다"며 "이처럼 급성장할 수 있던 것은 2019년부터 쿠팡 PB 브랜드인 '탐사'와 '줌 베이직' 등의 제품 납품을 시작한 덕분"이라고 밝혔다.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만 보면 2019년 33억원에서 지난해 82억원으로 3년간 3배 가까이 뛰었다. 회사 전체 매출 중 45%가 쿠팡에서 발생하며 단일 업체로는 가장 비중이 크다.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을 뚫지 못해 성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다가, 쿠팡이 손을 내밀면서 순식간에 '퀀텀 점프'했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는 다른 유통 채널로도 확장해 해외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18년 말 쿠팡 손 잡고 승승장구
창업 전 양 대표는 조선, 자동차, 전자기기, 반도체 등 다양한 업종의 대기업을 거쳤다. 그러던 그는 2003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뛰어들었다. 글로벌 업체의 유명 세탁세제 브랜드를 국내로 들여와 판매하는 수입 유통을 시작했다.양 대표는 '아예 제품을 직접 만들어서 팔아보는 것은 어떠냐'는 주변의 제안을 받아들여 2016년 하반기부터 아예 제조공장을 차리고 자체 브랜드인 '컨센서스'와 '엔블리스'를 만들었다.
쿠팡과 협업을 시작한 것은 2018년 말이다. 쿠팡의 PB 자회사인 CPLB가 에이치비 자체 브랜드 제품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 사서 먼저 계약을 제안했다. 그 결과 '탐사', '줌 베이직' 브랜드 세탁세제가 탄생했다.
다행히 쿠팡에 입점하자마자 판매량과 매출이 빠르게 늘었다. 인지도 높은 대기업 제품을 제칠 수 있었던 데에는 가성비가 한몫했다.
대기업 제품에 녹아있는 마케팅, 고정비, 해외 수입 포장재 등 '가격 거품'을 쫙 빼고 철저히 가성비 높은 제품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전략이 통했다. 쿠팡 탐사 세제 10ℓ는 9900원인데 글로벌 기업 H사 제품은 3ℓ에 9000원으로 비슷한 가격에 3배 넘는 양을 살 수 있다.

가성비 높은데 품질도 으뜸
단순히 가격만 저렴한 것이 아니라 품질에 대한 기준도 높다. 양 대표는 "우리 제품은 굉장히 까다롭게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며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주요 성분 함량을 낮추는 곳도 있지만, 에이치비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년간 인플레이션으로 원재료비가 30~40% 치솟을 때도 에이치비는 '품질 유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적자를 감수했다. 괴로웠지만 고객사와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악물고 함량을 그대로 유지했다.품질 제고를 위해 제품개발 연구소도 자체 운영하고 있다. 매년 회사 매출 3.5%를 연구개발에 쓰고 있다. 양 대표는 국내외 경쟁사 제품을 일일이 구해 분석해 보면서 자사 제품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그 덕분에 에이치비가 만든 PB 세제는 '국민 가성비 세제'라는 평가받으며 칭찬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에서만 한 달 40만~50만개가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쿠팡에서 성공을 거두며 회사도 꾸준히 확장 추세다. 에이치비 직원 수는 쿠팡 입점 전 30여명에서 현재 70여명으로 늘었다. 공장은 기존 267평에서 현재 1~3공장(6800평)을 증축하며 공장 사이즈만 20배 확장했다.
쿠팡 납품 업체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다른 대형마트나 홈쇼핑 패션업체 등에서도 납품 문의가 몰려드는 '선순환' 구조까지 정착했다. 에이비치는 국내를 넘어 중국, 베트남, 몽골, 러시아 등 해외 10개국에 자사 브랜드 제품을 수출까지 하고 있다. 러시아에는 바이어 10여곳과 거래를 텄다.
양 대표는 올해 쿠팡과의 거래액을 100억원 이상 확대하겠다고 목표를 잡았다. 그는 "쿠팡과 4년 이상 거래하면서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빠른 성장을 이뤘다"며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이 성공을 발판 삼아 수출 시장에서 에이치비글로벌의 이름을 널리 알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