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 대출 최저금리와 예금 최고금리가 각각 연 3%대로 내려갔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긴축 속도를 조절할 것이란 예상으로 채권금리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주담대 금리 1년 만에 年 3%대로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연 3.660∼5.856%로 집계됐다. 같은 달 3일(연 4.410~6.522%)과 비교해 최저금리가 0.75%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연 3%대 주담대 고정금리는 지난해 2월 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최고금리도 연 5%대로 내려왔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 만기(무보증·AAA) 금리가 같은 기간 연 4.478%에서 연 3.953%로 떨어진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은행채 금리는 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달 2일엔 최고 연 4.594%까지 뛰었다. 하지만 SVB 파산 후 내림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낮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신용대출금리도 지난달 31일 기준 연 4.750∼6.120%로 한 달 새 상단이 0.330%포인트, 하단이 0.670%포인트 낮아졌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1년 만기 금리가 하락한(-0.339%포인트) 게 영향을 줬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연 4.190∼6.706%로 하단이 0.730%포인트 내려왔다. 시장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은행이 예·적금 등으로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인 코픽스(신규 취급액 기준)가 3.82%에서 3.53%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0%인 한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다. 은행연합회 집계 결과 4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 기준)는 연 3.40~3.54% 수준에 그쳤다.

체감 금리가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통화 긴축 효과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시장금리 하락에는 한은이 조만간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경제 주체들의 예상이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