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R&D 투자, 절대금액이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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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美·日 등 강대국과 전면경쟁
GDP 대비 투자 비율은 무의미
조급함 버리고 기술축적 나서야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前 중소기업청장
GDP 대비 투자 비율은 무의미
조급함 버리고 기술축적 나서야
주영섭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특임교수·前 중소기업청장
![[시론] R&D 투자, 절대금액이 부족하다](https://img.hankyung.com/photo/202304/07.29588375.1.jpg)
우리 정부도 ‘과학기술 선도국’을 천명하며 강력한 과학기술 정책을 펴고 있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정확한 문제 및 상황 인식이 중요한데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큰 오해가 있다. 대표적인 오해가 ‘우리나라는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많이 하는데 성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R&D 투자는 충분한데 R&D 체계 및 프로세스에 문제가 있어 혁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국회에서도 ‘코리아 R&D 패러독스’라고 질타한다. 이 주장은 우리 경제의 글로벌 경쟁 구도에 관한 이해 부족에서 온 오해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
먼저 한국이 R&D에 많이 투자하는 나라라는 인식이 문제다. 이는 ‘R&D 집약도’라고 불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 비율이 세계 1, 2위를 다툴 만큼 높다는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현실은 GDP 대비 R&D 투자 비율은 큰 의미가 없고 R&D 투자 절대 금액이 중요하다. R&D 집약도는 일부 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이뤄질 때 의미를 갖는다. 우리 경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강대국과 일부 분야가 아니라 거의 전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R&D 투자 절대 금액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R&D 투자 절대 금액은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9분의 1, 중국의 5분의 1, 일본의 2분의 1, 독일의 3분의 2에 불과하다. 앞으로 현 산업구조를 유지하는 한 R&D 집약도에 집착하지 말고 R&D 절대 금액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일본과 대등한 R&D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2배 증액을 목표로 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R&D 투자 기간이 문제다. R&D 성과는 장기간의 기술 축적에서 나온다. 오늘 투자하면 내일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경쟁국들인 미국, 유럽, 일본은 70년 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투기와 항공모함을 만들던 나라로 100년이 넘는 기술 축적이 있다. 우리가 연 1조원 이상의 R&D 투자를 한 지 30년도 채 안 될 정도로 기술 축적은 상대적으로 일천하다.
이 두 가지 측면만 고려해도 ‘과학기술 선도국’을 위한 R&D 정책 방향은 명확해진다. 세계를 주도하는 혁신은 투입한 R&D 투자 절대 금액과 축적한 기간에 달려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효율적 R&D 전략으로 상대적 열세 속에서도 경제 발전을 이뤄낸 그간의 우리 산·학·연·관의 노력은 존중돼야 한다. 이제 과학기술 선도국에 걸맞은 대규모이자 장기적인 R&D 투자 및 전략, 인재 육성, 체계 및 프로세스 혁신에 주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