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씨티은행이 2030년까지 토큰증권산업 규모가 4조달러에서 5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벤처캐피털(VC)펀드나 부동산 등을 토큰증권의 유력한 활용처로 분류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증권이 자산의 효율적인 거래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씨티은행은 최근 펴낸 ‘머니, 토큰, 그리고 게임’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같이 평가했다. 씨티은행 리서치담당 부서인 씨티글로벌인사이츠가 작성한 161쪽 분량 보고서다. 씨티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분산원장기술(DLT) 기반 무역금융 규모도 2030년 1조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토큰증권산업 규모 전망치(5조달러) 가운데 1조9000억달러가 국공채의 토큰증권 거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1조5000억달러는 부동산, 7000억달러는 사모펀드와 VC펀드로 거래될 전망이다. 이외에도 5000억~1조달러는 담보채권으로부터 거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해당 시장 내에서 토큰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모펀드 및 VC펀드가 10%에 달해 다른 자산시장 대비 가장 높았다. 부동산시장이 7.5%로 뒤를 이었다. 씨티은행은 “사모펀드 시장은 다른 자산보다 빠른 토큰증권 채택률을 보일 것”이라며 “자산 유동화 수요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로벌 사모펀드인 KKR와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 해밀턴레인 등은 이미 시큐리타이즈, 프로브넌스블록체인, ADDX 등과 같은 토큰증권 플랫폼에서 자신의 펀드를 토큰화해 팔고 있다. 채권이나 사모펀드, 대체투자 자산 등은 주식과 달리 개인투자자 간 거래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만큼 토큰증권화에 적극적일 것이란 얘기다.

토큰증권이 활성화되기까진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프레임워크가 없다 보니 토큰증권 거래에 필요한 시스템을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11월 호주 대체거래소(ASX)가 1억6500만달러 규모의 DLT프로젝트에 실패한 게 대표적이다. 씨티은행도 “많은 플레이어가 여전히 회의적인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덧붙였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