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화성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클린룸에서 직원이 웨이퍼 원판 위 회로를 만드는 데 쓰는 기판인 포토마스크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증권사들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일제히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1분기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점으로 바닥을 형성한 뒤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실질적으로 반도체 감산에 돌입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감산은 예로부터 반도체 업황 ‘바닥(저점)’의 시그널로 인식돼 왔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증권사 다섯 곳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잇따라 높였다. IBK투자증권이 7만원에서 8만원으로 높였고, NH투자증권(7만2000원→7만9000원), SK증권(7만5000원→8만원), 키움증권(7만3000원→7만8000원), 신한투자증권(7만원→8만2000원) 등도 잇따라 상향조정했다. 앞서 올 1~2월에 다올투자증권과 KB증권이 목표주가를 8만원대까지 높였는데 이런 흐름이 증권사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의 바탕에는 반도체 경기가 올 상반기에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한다. 눈에 띄는 건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관련 정보들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인위적인 감산(웨이퍼 투입량을 조절하는 직접적인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유지보수 강화와 설비 재배치 등을 통한 자연적 감산의 가능성까지 닫아놓은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최근 삼성전자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자연적 감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테스트 및 부품업체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에서 수주한 물량이 30% 이상 줄었다”며 “이미 삼성전자는 상당한 규모로 감산을 진행 중이다. D램 재고가 많이 쌓여 있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감산 수준을 확대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자연감산 및 생산공정 최적화에 따라 오는 3분기 재고 감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물린 개미들 희소식…주가 '바닥' 신호 나왔다
과거 사례를 보면 반도체 감산은 주가 바닥의 신호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5~2016년 당시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10~30% 줄였다. 이는 2016~2018년 반도체 종목 주가가 크게 오르는 슈퍼사이클로 이어졌다. 2018~2019년에도 생산과 신규 투자를 소극적으로 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 때 유동성 공급으로 인한 증시 호황과 겹쳐 주가가 크게 반등하는 계기가 됐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 바닥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올 하반기 실적은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는 공급의 감소와 수요의 탄력적인 증가가 나타나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낸드플래시 업황 개선이 목격되고 있다.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는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삼성전자 쌍끌이 매수 움직임도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달 삼성전자를 1조3750억원어치 순매수했고 기관은 1498억원어치 사들였다. 올 1~2월 삼성전자를 순매도했던 기관도 지난달에는 순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3위 D램 업체 마이크론이 최근 감산 계획을 밝혔고 이에 따라 업황 개선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반도체 종목의 주가가 생각보다 강하고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