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인하 약발 먹혔나..테슬라, 1분기 42만여대 인도..역대 최대 기록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 분기에 차량 42만여대를 인도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다른 전기차 업체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 1월 전격적으로 가격을 인하한 결과다.

테슬라는 2일(현지시간) 지난 1분기에 전세계에서 44만808대의 차량을 생산했고, 42만2875대를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조사한 애널리스트 추정치 평균 생산량 43만2513대와 인도량 42만1164를 넘어선 실적이다.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36%, 전 분기 대비 4% 증가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역대 최대 기록 경신한 테슬라의 인도량
역대 최대 기록 경신한 테슬라의 인도량
보급형 모델인 모델3와 모델Y의 41만2180대를 인도해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고급 모델인 모델 S와 모델 X의 인도량은 1만695대로 약 2.5%로 집계됐다. 다만 테슬라는 지역별 판매량과 인도량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번에 역대 최대 인도량을 기록한 것은 지난 1월 공격적인 가격 인하 덕분이다.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 연속적으로 차량 가격을 인하했다. 중국 전기차들이 저가 모델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정면 승부였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7500달러를 받을 수 있는 가격 범위에 넣기 위해서였다. 이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주문이 크게 밀려들면서 생산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까지 말하기도 했다. 이후 전기차 가격 경쟁이 촉발됐고 포드 등 후발 주자들도 전기차 가격 인하에 동참했다.

댄 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모델 3와 모델 Y의 가격 인하 이후 중국을 중심으로 1분기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됐다"며 "거시경제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미국과 중국에서 소폭의 가격인하를 추가로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머스크가 공언한 생산량 증대 목표치에는 소폭 미달했다. 머스크 CEO는 지난 분기 실적 발표 당시 올해 "180만~200만대의 차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목표 범위의 낮은 쪽인 180만대를 기준으로 해도 올 첫 분기에는 24.5%에 그친 것이다. 진 먼스터 딥워터애셋매니지먼트 이사는 "1년 전보다 인도량이 36% 증가했지만 머스크는 50% 증가를 얘기했었다"며 "올해 남은 기간 배송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가격 인하로 인해 수익성 저하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을지도 관심사다. 테슬라는 1분기 실적을 오는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서기열 특파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