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으로 이뤄진 협의체인 OPEC+가 기습적으로 원유 생산을 하루 평균 100만배럴 줄이기로 결정하면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치솟았다.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은 전장 대비 5.1달러(6.74%) 상승한 배럴당 80.7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브렌트유 5월물도 전장 대비 5.29달러(6.62%) 오른 배럴당 85.11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아시아 거래에서는 WTI와 북해 브렌트유는 각각 배럴당 81달러, 86달러선에서 요동치며 장중 최소 8% 이상 치솟았다.
OPEC+ 깜짝 감산에 요동친 국제 유가 WTI [오늘의 유가동향]
국제유가는 지난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여파로 15개월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가 은행 위기가 일단락되면서 안정 기반을 회복하는 듯 보였다.
OPEC+ 깜짝 감산에 요동친 국제 유가 WTI [오늘의 유가동향]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가격은 지난 3월 미국과 유럽 은행 위기 여파에 1년 3개월만에 최저치인 70달러 안팎으로 떨어진 바 있다. 매도세에 과열됐다는 인식에 공포감이 완화하면서 지난주 80달러선으로 회복했다.

이날 사우디아라비아는 내달부터 연말까지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을 하루 50만 배럴 자발적으로 감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OPEC+ 회원국인 이라크(21만1000배럴), 아랍에미리트(14만4000배럴), 쿠웨이트(12만8000배럴), 카자흐스탄(7만8000배럴), 알제리(4만8000배럴), 오만(4만 배럴)도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러시아도 3~6월까지 하려던 감산을 올해 말까지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감산량은 일일 50만 배럴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국가가 예고한 추가 감산량은 총 160만 배럴이 넘지만,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초기 감산 영향은 하루 약 11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그야말로 ‘깜짝’ 발표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시장에서는 OPEC+가 감산 규모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점쳤다"고 전했다.OPEC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는 지난해 10월 이미 하루 원유 생산량을 단계적으로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OPEC+는 3일 각국의 생산조정 진행 상황을 점검하는 합동 각료감시위원회(IMMC)를 열 예정이다. 해당 회의 개최 직전 회원국들이 자발적 감산을 발표한 것은 유가에 ‘서프라이즈 효과’를 노린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사우디 에너지부는 감산 결정 이유에 대해 “국제 원유시장의 안정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미국 우방국인 사우디의 주도로 산유국들이 자발적 감산에 나서면서 사우디와 미국 간의 긴장이 다시 한번 고조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사우디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증산 요청에도 오히려 감산을 결정했다.

미국은 감산 조치에 강력 반발했다. 미국은 경제 성장을 지원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저유가를 선호해 왔다.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현명하지 못한 감산”이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감산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국제유가는 앞으로 더 치솟을 전망이다. 투자회사 피커링 에너지 파트너스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피커링 파트너스의 창업자 댄 피커링은 “생산량 감소로 유가가 유의미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배럴당 10달러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