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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 따라잡기
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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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로부터 시작된 은행 위기의 여파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주식과 채권에 자산을 분산하는 투자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수익률을 지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JP모건의 글로벌투자전략가 매디슨 폴러는 지난달 마지막 주를 정리하는 리포트를 통해 “지난 3월에는 많은 일이 있었지만, 주식 시장은 대부분의 악재를 떨쳐냈다. 글로벌 주식과 채권을 60대40 비중으로 구성한 포트폴리오의 올해 수익률은 지금까지 플러스(+) 5%”라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유럽의 은행 세 곳의 부실 문제가 불거져 정책 당국이 긴급 조치에 나섰고, 예상을 웃돈 인플레이션 수치가 발표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0.25%포인트 올렸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소되는 일도 있었다. 주식 시장이 악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건들이다.

폴러는 “재무상태가 양호하고 경영진이 탄탄한 기업들이 피난처 역할을 해준 덕분에 기술주가 20%라는 놀라운 상승률로 강력한 힘을 발휘했다. 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며 “금리의 급격한 변동에도 불구하고 채권은 필수적인 포트폴리오 보호 수단으로서 그 가치를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낙관은 이르다는 게 폴러의 판단이다.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여전한 데다, 은행 위기의 전염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려 위기가 전염될 가능성에 대해 폴러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일부 완화되고 있다는 희망적 신호가 있다”며 “은행들이 받는 유동성 압박이 적어도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금융당국의 지원 이후 미국 은행들의 자금 차입 규모가 감소 추세로 돌아선 게 근거로 제시됐다.

자금 차입 규모가 과도한 것은 문제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폴러는 “상황은 빠르게 변할 수 있으며, 은행 시스템의 스트레스는 여전히 높다”고 강조했다. 또 미 연방예금보험공사의 예금 보험 한도가 25만달러로 미국 은행들이 받은 예금의 절반 수준만 보장해 한도 상향이 요구되고 있지만, 의회에서의 입법 과정이 쉽지 않다고 폴러는 우려했다.

은행의 수익성 악화도 문제다. 은행 위기가 불거진 뒤 대규모 자금이 머니마켓펀드(MMF)로 이동했다. 은행들은 떠나는 자금을 잡으려면 예금자들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확실한 환경에 대출을 꺼리면서 수익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한 채권의 부실 가능성도 우려됐다. 중소형 은행들의 여신 절반 이상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원격 근무의 증가세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는 오피스 부문은 글로벌 금융위기만큼 심각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폴러는 경고했다.

다만 폴러는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오피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4%로 크지 않은 점 △은행들이 대출을 얼마나 줄일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점 △대출 감소가 불러일으키는 금리 인상의 효과 등으로 미 Fed가 더 가파르게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어진 점 등은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공포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폴러는 “우리는 보다 방어적이고 경기 침체기에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는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의 급격한 금리 하락은 채권이 왜 필수적인지 잘 보여준다”며 “(주식 시장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IT, 헬스케어 산업재 같은 섹터가 시장의 다른 경기민감업종이 어려움을 겪을 때 길잡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성장세가 희박해지면서 유럽과 중국의 전망은 조금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