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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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시장 상장사 파트론의 김원근 대표는 최근 베트남 출장이 잦아졌다. 베트남 북부 빈푹공장에서 지난해 11월 양산을 시작한 전자담배 기기 수요가 늘면서 부품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지, 생산라인은 원활히 돌아가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파트론의 새 성장동력인 전자담배 기기 매출은 올해 전년의 두 배인 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전자담배 기기 제조가 중견기업의 새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올해 세계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은 42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2024년 48조원, 2025년엔 54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파트론은 KT&G의 전자담배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중 한 곳이다. 지난해 4월 전자담배 기기 ‘릴 하이브리드’를 처음 생산했고 11월부터는 새 모델인 ‘릴 에이블’을 단독 양산하고 있다. 릴 에이블은 하나의 기기로 세 가지 종류의 전용 스틱을 사용할 수 있고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접목한 제품이다.

파트론은 기존 스마트폰 부품(안테나 등), 자동차 전자장치(전장)에 이어 전자담배까지 먹거리로 확보하면서 올해 매출 1조2953억원, 영업이익 627억원을 올릴 것(하이투자증권)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파트론 창업자 김종구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달 22일 대표로 선임됐다.
전자담배 수출 붐 타고…ODM社도 고속성장
또 다른 코스닥시장 상장사 이랜텍은 올해 전자담배 기기 제조 분야에서 전년과 비슷한 30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 회사는 ‘릴 솔리드’를 주력으로 생산 중인 가운데 3월 중순부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공장에서 새 모델을 추가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하반기엔 전자담배용 액상 카트리지도 국내 수도권에 짓고 있는 새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할 전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랜텍이 올해 스마트폰 부품(배터리팩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자담배 ODM 등을 통해 연간 매출 1조520억원, 영업이익 89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이티엠반도체는 올해 전자담배 관련 매출이 전년 대비 세 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2월 전자담배용 액상 카트리지 생산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5월부터 전자담배 기기(릴 하이브리드 보급형 모델)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회사의 올해 실적 전망치(KB증권)는 매출 7730억원, 영업이익 290억원이다.

전자담배 ODM 사업이 중견기업의 먹거리로 떠오른 것은 KT&G가 전자담배 수출길을 열어젖힌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KT&G는 필립모리스와 손잡고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2020년 수출을 시작한 뒤 수출국을 일본 알바니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31개국으로 확장했다. 1월엔 필립모리스와 15년 장기 계약을 맺었다.

국내 전자담배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기획재정부의 ‘2022 담배시장 동향’에 따르면 국내에서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 비중은 지난해 14.8%를 기록했다. 2017년 2.2%에 비해 크게 늘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