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이자 장사’한다는 지적을 받는 은행권이 비(非)이자수익 확대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대 은행의 지분법 순이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분법은 투자 자산을 원가로 인식하고, 이후 발생한 피투자 기업의 순자산 변동액 중 투자자 몫을 더하거나 빼는 회계처리 방식으로 당기순이익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 인상 여파로 외국계 은행과 인터넷은행 등 은행업에 투자한 곳은 순이익이 증가한 반면 정보기술(IT)·보험 기업에 투자한 은행은 저조한 실적을 냈다.
투자 잘한 하나은행…비이자수익 1위 질주

베트남·인터넷은행 투자 호실적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작년 지분법 투자 순이익은 2924억8400만원으로 전년(2341억6400만원)보다 2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까지 1000억원에 못 미쳤던 4대 은행 지분 투자 순이익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4대 은행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낸 곳은 하나은행(1890억1300만원)으로 전년보다 48% 증가했다.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투자 수익이 1607억2400만원으로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하나은행은 2019년 BIDV의 지분 15%를 사들이면서 2대 주주에 올랐다. BIDV는 지난해 1조715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나은행의 BIDV 지분 투자가 성공하면서 하나금융그룹 차원의 베트남 투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BIDV 증권 지분 35%를 인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BIDV는 베트남 경제성장률을 웃도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자본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투자처”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유망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결성한 ‘컴퍼니케이스타트업윈윈펀드’ 수익도 같은 기간 1억1500만원에서 42억7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작년 지분 투자를 통해 전년 대비 23% 늘어난 736억50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투자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롯데카드 순이익이 58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우리은행이 지분 12.6%를 보유한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118억54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케이뱅크는 2017년 출범 이후 줄곧 순손실을 냈지만 2021년부터 흑자 전환에 성공한 뒤 작년엔 910억5900만원의 순이익을 냈다.

테크·보험업 부진에 ‘발목’

국민은행의 지난해 지분 투자 순이익은 75억1700만원으로 전년보다 64.4% 줄어들었다. 2000억원에 취득한 티맵모빌리티 투자에서 57억9800만원의 손실을 내며 순익을 끌어내렸다. 이 밖에 ‘케이비 스마트 스케일업 펀드’(29억2900만원), ‘케이비 글로벌 플랫폼 펀드’(14억3000만원), ‘KB IPO 2호 신기술사업투자조합’(12억7600만원) 등 기술 투자 펀드를 중심으로 손실이 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작년 경기 침체로 테크기업 시장이 부진하면서 일시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라며 “단기간 수익보다 기술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흑자폭이 전년보다 12.1% 줄어든 223억400만원에 그쳤다.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순손실이 17억7600만원으로 2021년(-6억6000만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네오플럭스 기술가치평가 투자조합’ 순이익도 같은 기간 108억6900만원에서 19억800만원으로 줄었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